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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할머니의 교통사고 엄마와 나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본문

공포/네이트판 소름글

할머니의 교통사고 엄마와 나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daengo 2020. 3. 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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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수업을 마치고 동기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던 중에 외삼촌께 전화가 오더라고요

 

"응~ 삼촌~!!"

 

하고 밥을 우물거리며 전화를 받았는데

 

삼촌이 하는 말은 충격적이었어요

 

외할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계신다는 것이었어요

 

대충 소식을 전해 듣고 엄마한테 전화를 하였고

 

곡소리를 내며 우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손을 덜덜 떨면서 친구들한테 대충 얘기하고 집으로 가서 패닉 상태인 엄마를 겨우 차에 태우고 아빠랑 같이 외가로 출발했어요

 

외가에서 멀지 않은 대학병원에서 수술 중이라는 연락에 병원으로 날아가다시피 했는데...

 

도착해보니 수술은 끝나고 회복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더라고요

 

중환자실은 면회가 허락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기에 복도에서 우는 이모들을 달래면서 기다리다 본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어요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심하게 다치셔서 사람도 못 알아보고 호흡기만 낀 채 겨우 버티고 계셨어요

 

그날이 시골에 장이서는 날이라 장도 볼 겸 시내에 나가셨던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실 때 탔던 버스가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큰 사고였거든요

 

'장담은 할 수 없다...'

 

라는 의사의 말에 이모들이랑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그때 중환자실은 그 교통사고로 들어온 환자들로 미어터지다시피 했어요

 

할머니 옆에는 어린아이(8살쯤?)도 누워있었는데

 

학교에서 집으로 오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그 아이의 엄마가 울면서 말하는 것도 들었어요

 

그렇게 힘들게 며칠을 버티시던 할머니는 상태가 조금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기실 수 있게 되었고

 

2인실을 쓰게 되었어요

 

근데 그 2인실을 같이 쓴 환자는 중환자실 할머니 옆에 있던 그 아이..

 

그 아이도 그렇고 그 아이의 엄마도 안면이 있는지라 번갈아 교대하면서 간호하던 엄마와 이모

 

저와 숙모들도 

 

"중환자실에서도 옆 침대 쓰더니 일반 병실도 같이 쓰네~"

 

하며 웃어넘겼어요

 

일반 병실로 옮기긴 했지만 할머니와 그 아이 둘 다 상태가 위중한지라 드라마에서나 보던 온갖 의료장치들을 온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시피 했고

 

그래도 호흡기를 빼고 부었던 얼굴이 점점 가라앉는 할머니의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어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할머니는 무속인이시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신을 모시게 된 게 아니라 할머니의 엄마, 또 그 위의 엄마..

 

이런 식(모계)으로 이어져 온 거라 들었어요..

 

슬하에 아들 둘에 딸 넷을 두신 저희 외할머니는 그 공줄을 딸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판단, 엄청난 기도와 정성으로 신을 모시며 소원했다고 하네요

 

그 정성이 통한 건지 저희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 그리고 딸인 저까지도 무당 집 앞만 지나가도 무당이 뛰어나와 옷을 붙잡고 늘어지는...

 

기센 여자들이긴 하지만 정식으로 신을 받고 그 신을 섬기는 걸 업으로 삼는 분 없이 나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어쨌든, 호전 되어가는 할머니를 보며 하루하루 희망을 가질 때쯤..

 

좀 이상한 상황이 포착되더라고요..

 

할머니 상태가 악화되면 옆에 누워있는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고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면 할머니의 상태가 호전되는...

 

번갈아가면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더라고요

 

큰 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그런 걸 반복하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두 환자가 서로 그걸 반대로 반복하니...

 

저희 집 식구들이 안도하면서 웃을라 하면 옆에 있는 아이 엄마는 통곡을 하고

 

우리 식구들이 곡소리 내며 울면 아이 엄마는 안도하는 기색도 못 내비치는...

 

이거 참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날들이 지속됐어요

 

그런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가면서 교대하며 간병하던 이모와 숙모들은 체력이 바닥나고

 

그나마 젊은 저에게 하룻 밤만 할머니 곁에서 간병하라며 어른들은 외가로 잠을 자러 갔어요

 

옆 침대의 아이 엄마는 일찌감치 보호자용 침대를 꺼내서 잠을 청했고

 

저는 잠이 오질 않아 할머니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냥 하염없이 할머니 얼굴, 손만 쳐다보다가 그대로 엎드려 잠들었던 것 같아요

 

꿈에... 할머니가 타고 계셨던 버스가 보이더라고요

 

할머니의 옆에 앉아있는 어린아이..

 

할머니랑 같은 병실을 쓰는 그 아이였어요

 

아이의 얼굴을 알아보는 순간

 

차는 계곡으로 굴러떨어졌어요

 

아수라장, 아비규환, 3인칭 시점으로 계곡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버스를 바라보는데..

 

누군가 처음 듣는 목소리로

 

"옆에 있잖아.. 옆에.. 옆에!!!!"

 

하며 제 귀에 소리를 질러댔어요..

 

귀청이 찢어질 만큼 큰 소리로..

 

꿈에서도 귀가 아파서

 

"옆에 뭐 어쨌다고!!!"

 

하며 짜증을 내던 찰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발신자는 울 엄마

 

"응.. 왜.."

 

하면서 전화를 받으니 엄마가 병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병실 밖 복도로 나가서 다시 전화를 받으니

 

"00아 니 오늘 잠 자지 말고 옆 침대 아줌마가 밤에 뭐 하는지 잘 봐둬라"

 

 대놓고 쳐다보지는 말고 자는 척 하면서 몰래 지켜보란 말이다 알겠나."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린지...

 

그래도 울 엄마의 직감? 예감? 은 한 번도 틀린 일이 없었으므로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병실로 들어와 보호자 침대에 드러누웠죠

 

자지 말고 지켜보라니까 잠이 더 쏟아지는 거지 같은 상황...;;

 

그래도 엄마 말 안 들으면 호랑이처럼 성질낼걸 알기 때문에 졸린 눈을 뒤집어 가며 이불을 덮어쓰고 잠든 척하고 누워있었어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옆에 누워 자던 아줌마가 부시럭하면서 움직이더라고요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일이 벌어지나 심장을 졸이고 있는데

 

아줌마가 어디선가 흰색 천을 들고선 할머니 옆에 서더니..

 

할머니 얼굴에 덮여있는 거즈를 살짝 들어내더라고요

 

(교통사고 당시 깨졌던 유리가 얼굴에 많이 박히셨던 상황

 

 입안도 많이 터지고 치아도 상해서 말씀을 못하셨음)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흰색 천으로 할머니의 상처 부위를 닦아내는 거 같았어요

 

또 조금 있다가는 웬 작은 통 같은 거에 할머니 소변도 덜어서 담아 가고요

 

(소변줄을 꽂고 계셔서 소변이 계속 모이는 중)

 

오밤중에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이래서 엄마가 지켜보라고 했군!'

 

하고선 일단 숙면...

 

아침에 깨보니 엄마가 와있었어요

 

병실 밖으로 가서 전날 밤에 본 걸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엄마 얼굴이 새파래지더라고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가 이를 갈면서 이모들을 호출했어요

 

잠시 뒤에 이모들 총출동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라고 설명 하니 이모들 일제히 경악!

 

알고보니..

 

할머니가 사고 났던 그날부터 엄마랑 이모들은 전부 같은 꿈을 꿨었대요

 

어떤 남자가 할머니를 데려가려 하는데 할머니는

 

"내 차례가 아닌 걸 알면서도 왜 나를 데려가려는 거냐!!

 

 내 명줄은 내가 잘 알고 있다"

 

소리치고 그 남자는 고개만 흔드는 꿈..

 

하루가 멀다하고 딸들이 돌아가며 그런 꿈을 꿔대니..

 

마음이 타들어가는 거 같았겠죠..

 

그리고 밤중에 수상하게 부스럭거리면서 할머니를 살피는 옆에 아줌마까지..

 

숙모들은 촉이 전혀 없는 분들이라 몰랐다고 하는데..

 

엄마와 이모들은 그 아줌마한테서 썩은 냄새가 나는 걸 느꼈다고 해요

 

(본인도 느낌. 여름철 음식 썩는 냄새)

 

이래저래 속만 태우고 할머니랑 옆에 아이는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고..

 

저는 저대로 눈만 감으면 

 

"옆에!!!!!"

 

라고 소리 지르는 꿈을 꿔대니..

 

하다 하다 안되겠었는지 

 

큰이모가 무속인을 찾아보기로 결단을 내리셨어요

 

저희 할머니가 무속인이었던지라 용한 무속인 찾아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죠

 

온 식구들이 총출동해서 무속인 앞에 무릎 꿇고 사정하고 애원하며 상황을 설명했어요

 

무속인 할머니는 눈 감고 고개만 끄덕이며 얘길 듣더니..

 

"남자들은 전부 나가있어라"

 

라고 쿨하게 한마디 던지시곤 아빠를 비롯한 남자들이 나가자

 

눈을 뜨더니 숙모 두 분을 가리키며

 

"너네도 빠져라"

 

라고 해서 숙모 두 분도 나가셨어요

 

큰 이모, 둘째 이모, 우리 엄마, 막내 이모, 그리고 본인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더니

 

"걱정할 것 없다

 

 원흉이 네 엄마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어 외손녀(본인)만 있으면 든든하겠구나"

 

원흉이 할머니를 찾아오고 있는데 걱정할 것 없다..?

 

반어법 인가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엄마와 이모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고 울며불며 매달리셨어요

 

그러자 무속인 할머니는 짜증을 내시며

 

"너 (나를 가리킴) 너만 있으면 된다는데 웬 눈물 바람이냐!!"

 

하며 우리를 내쫓으셨어요;;

 

"넌, 다시는 내 집에 발 들여 놓지마라

 

 너 때문에 눌린 거 다시 펴놓으려면 해야 할 기도가 태산이야!"

 

라고 한마디 던지시곤 우린 그대로 쫓겨났어요

 

딱히 방법을 찾지도 못하고

 

먼저 쫓겨났던 남자분들과 숙모들은 외가로,

 

이모들과 저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어요..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게 참 허무한지라..

 

다들 말없이 병실만 지키고 앉아있는데

 

옆 침대 아줌마가 웬 처음 보는 젊은 여자 한 명을 병실로 데리고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전 보호자 침대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는데

 

병시로 들어서던 그 여자가 저를 보더니 기겁을 하며 다시 병실을 나가더라고요

 

'내 얼굴이 그렇게 무섭냐'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복도에서 큰소리로 싸우는 아줌마와 젊은 여자..

 

그 젊은 여자가 어찌나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지 병실 안에서도 다 들렸거든요..

 

"난 못해! 돈이고 뭐고 돌려줄 테니까 난 못해!! 난 안해!!"

 

라면서 악을 쓰는 젊은 여자

 

"갑자기 왜 그러는 거예요?

 

 그럼 우리애는 저대로 죽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하며 우는 아줌마..

 

이게 뭔 소린가.. 하며 잠시 앉아있는데

 

그 젊은 여자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내 옆에 앉아있던 우리 큰이모를 일으켜서 멀찌감치 옆으로 세워두더니

 

멀뚱히 보호자 침대에 앉아있던 저한테 큰절을 하더라고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하면서 서럽게 울어대는 젊은 여자..

 

"이런 분이 지키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가 돈에 눈이 멀었습니다"

 

하면서 계속 울었어요

 

촉이 남다른 울 엄마가 그 여자를 일으켜 세우고 멱살을 잡다시피 해서 병실 밖으로 끌어내더라고요

 

이모들도 우르르 따라나가고 저도 그제서야 슬리퍼를 끌면서 따라나갔는데

 

자초지종을 설명한 젊은 여자(역시 무속인)의 말에 우리 모두 패닉....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교통사고로 위독해지자 무속인을 찾아간 아이 엄마..

 

무속인의 눈에 아이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하더라고요

 

자식이 죽어가는 걸 그냥 볼 수만 없었던 아이 엄마는 울며불며 사정을 했고

 

그 젊은 여자는 무속인 써서는 안 될 방법을 쓰게 된 거래요..

 

가까이 있는 위중한 환장의 몸에서 나온 배설물을 가져오라

 

(피, 고름, 소변 등등)

 

그 배설물을 사람이 죽을 때 입히는 수의에 묻히고

 

신께 기도하여 이미 운명을 다한 그 아이 대신 우리 할머니를 데려가게 하려 했다는 망할 이야기를 펑펑 울면서 털어놓더라고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도를 해도 결과가 나타나질 않으니 직접 병실로 와서 기도 혹은 저주를 하려고 했다네요

 

근데 병실에 들어앉아있는 건 저(본인)

 

그 젊은 무속인의 말에 의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기가 워낙 세고

 

공줄로 이어져 온 큰 신 또한 항상 같이 있어서 그동안 그 여자의 기도빨이 먹히지  않았던 거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할머니가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힘들었던 걸 생각하니 그냥 무시할 순 없고..

 

한 성깔 하는 이모들과 엄마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더니

 

그 젊은 여자를 불꽃 싸다구로 응징..

 

다시 한번 눈앞에 나타나면 척추를 반으로 접어버리겠다는 위협을 하고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다시 병실로 돌아와선 아이의 엄마와 배틀...

 

하지만 진정한 배틀 2라운드가 시작되려는 저녁때쯤

 

아이는 거짓말처럼 상태가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빛의 속도로 회복 또 회복..

 

할머니가 퇴원하시던 날

 

엄마 몰래 중환자실이 있는 층에 올라갔어요

 

들어갈 순 없고 데스크에 있는 간호사 언니한테 아이의 이름을 대며 물어봤더니

 

'하늘나라로 갔다'

 

라고만 말해주더라고요

 

상태가 거의 회복되신 할머니와 외가로 돌아가서 주구장창 사골국만 먹으며 보낸 며칠 동안 할머니가 말씀을 꺼내셨어요

 

할머니가 젊었을 때만 해도 무당이 되는 게 당연한 팔자인 줄 알았대요

 

할머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어디서부턴지 알 수도 없이 내려온 거라 

당연하게 여기셨대요

 

근데 할머니가 결혼을 해서 딸을 낳고 보니 이런 삶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딸 넷을 데리고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도를 하고 나서야 딸들이 무속인이 되는 걸 막을 수 있었지만

 

그게 너(본인)한테 내려갈 거란 생각을 못했다고..

 

아니 일부러 그 생각을 지우려 노력했다고...

 

네 명의 딸 중 셋 째(울 엄마)는 어릴 때부터 영안이 틔여있어서 신의 제자로 부족함이 없었다고..

 

공줄에 네 엄마의 영안이 더해진 게 너고 내 손주들 중에 유일하게 너만 딸로 태어난 게 우연은 아니라고..

 

이제 너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게 보일 날들이 시작될 테니

 

놀라지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고 좋은 곳에 유익하게 쓰도록 노력하라고..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난 건 자식들의 기도와 네가 받쳐주는 기 때문이었다고...

 

할머니 손녀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냥 그런 말씀들을 묵묵하게 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정말로 할머니 말씀대로 눈에 보이면 안 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요..

 

 

 

출처: https://pann.nate.com/b319474041#reply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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