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괴담>독점 취재 - 사이코패스 2세가 들려주는 이야기 본문
드디어 그가 입을 연다
반쯤 졸고 있던 나는입가에 고인 침을 손등으로 훔치고는 조그만 노트북을 펼쳤다.
안주머니 속 녹음기를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자는 해골같이 길고 얇기만 한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동그라미를 연신 그렸다.
사흘 밤낮을 떠나지 않고 말을 붙인 나를 보는 그의 눈은 이제 조금이나마 우호적이다.
제발 이 기회가 가지 않기를..
속 빈 갈대보다 싱숭한 그의 마음이 초침 가는 시계 소리에 변하지 않기를...
식은땀 한 방울이 눈꺼풀을 타고 흘러 눈가를 축축하게 적셔오는 동안에도 나는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할까...
그래..
그날부터 하죠.
그러니까 2000년.. 아 2001년이었던가?
전 공부는 영 젬병이어도 축구를 하고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즐거운 태평한 놈이었죠.
두 살 어린 동생 녀석은 그런 제 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바빴고...
집.. 그래, 집에 돌아가면 엄마가 우리를 웃는 얼굴로 반겨줬던 것 같아요.
아빠는 아주 바쁘셨어요.
출장을 가면 몇 주일씩이나 집을 비우시곤 했죠...
예? 우리 아빠가 그 사람이냐고요?
그래요 조금만 기다려요.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잖아...
그날도 아빠는 집에 없었어요.
예의 그 출장을 간 거지.
근데 출장 간 아빠가 별안간 우리 집 거실에 나타난 거야.
텔레비전에...
아빠의 얼굴이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죠.
플래시는 발작하듯 여기저기 지랄맞게 터져대며 아빠 얼굴에 쏟아졌어요.
사이코패스 강x순, 기억나요?
와.. 그때 정말 떠들썩했었는데..
부패한 정치인들처럼 우리 아빠도 고개를 푹 수그린 체 사람 속에 카메라 속에 파묻혀 있곤 했죠.
아빠가 언제부터 여자들을 죽여왔는진 몰라요.
그것도 6명이나...
허 참, 능력도 좋아가지고는..
아빠가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뉴스에게 전해 들었지만 놀랍지는 않았어요.
부족한 거 없이 먹이고 키워준 양반이지만 한 번도 아빠한테 온정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
그 잦았던 출장과 수시로 바뀌는 양복들이 이해가 가더라.
진짜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예요.
아바의 사진이 인터넷에 열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거지.
난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어요.
우리 슈퍼 아줌마가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기 전까지는..
기자님은 왕따 당해본 적 없으시죠?
저도 그랬어요.
근데 하루아침에 그보다 더한 신세가 돼버린 거야.
소문은 빛보다 빠르다고,
고작 하룻밤 사이에 내 이름은 강x균 세 글자에서 일곱 글자로 늘어 있더구만..
살인자의 아들..
처음엔 그랬어요.
다들 날 두려워했지.
뭐라나..
살인자의 피를 물려받았다나...
나는 바로 지난날과 다름없이 강하균이었는데 말이죠.
축구를 좋아하는 약간은 태평한 소년..
그런데 언제부터 였더라..
두려움이 혐오가 되고 혐오가 주먹이 되어 날아오기 시작했던 게...
등치 좋은 놈들한테 끌려가서는 신명 나게 얻어맞은 게 시작이었죠.
내 일상은 완전히 인간 샌드백이 되어 버린거야..
너무 많이 맞아 살이 무르고 찢어져도 하소연 할 수 없었어요.
집에 돌아가면 동생도 엄마도 나랑 같은 꼴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들이 싫진 않았어요..
나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담임선생과의 상담에서 은근슬쩍 넘어가 버린 내 차례도, 전화를 걸 때마다 꺼져있는 이모들의 핸드폰도... 모두 이해했단 말입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내가 가증 떤다고 생각하는 거지 당신?
...후.. 죄송합니다... 좀 흥분했네요.
이 엿 같은 시간을 얼른 끝내버리고 싶네요.
그 새x들 얼굴 생각하니까 넘어올 거 같아.
세 번째로 이사 간 곳은 교외 쪽이었어요.
저와 동생은 근처의 작은 공업계열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죠.
뭘 바랐던 건지 모르겠지만 구타와 멸시는 끊이지 않더군요..
커다란 뺀치로 머리를 얻어맞고 프레스 사이에 팔이 끼었을 때는 공업학교로 전학을 결정한 우리 가족이 한심스러워 눈물이 나더랍니다.
그래도 다 참을 수 있었어요..
그래요 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새x들...
방과 후의 작업실에서 본 그 새x들 말이에요..
그 찢어 죽일 개xx들!!
..................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덥니다.
불 꺼진 작업실에 덩치 시커먼 새x들이 서넛 몰려와선 작업대 하나를 삥 둘러싸고 있는데
멍투성이의 얇삭한 다리 두 짝이 나한테 등을 돌린 어떤 돼지새x의 허리에 감겨 덜렁 덜렁 거리는데...
게거품을 질질 흘리면서 비명을 지르던 년이...
신발 개구리 표본도 아니고 두 팔이 쫙 벌어져서 작업실에 꽁꽁 묶인 그 년이...
제 동생이더군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내게 기대하고 있지 않느냐
살인자의 아들이기를 기대하며 한시도 빠짐없이 각인시켜 주고 있지 않느냐... 고
내 동생을 x먹으려는 개xx 한두 마리는 죽여줘야 그 사람들의 기대에 응답할 수 있을 거 같더군요..
널린 게 묵직한 것들이었어요
그중 가장 무거운 걸 들고 땀을 비질비질 흘리는 뒤통수를 갈긴 거죠
아... 정신을 차리니..
그건 목제용 손도끼였더군요
그 새x 대갈통 터질 때의 그 소리란..
어떤 새x 목을 딴 거 같고
어떤 새x 면상을 갈라 버린 거 같아요...
뭐 이런 건 나중에 사건 파일 같은 데서 확인할 수 있죠?
형사 영화 보면 그런 거 꼭 나오더라
너질러진 개xx들은 신경도 안 쓰고 동생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어요
온통 멍 자국에 상처, 다리 사이에선 비린내 나는 걸 질질 흘리는 동생년이 보기 싫어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쑤셔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각 잡힌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반겨주더군요.
경찰차에 타선 천천히 교정을 빠져나오는데 난 아직도 날 바라보던 그때의 눈깔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경멸스러운 눈동자들...
크크크.. 신문에도 대서특필했더라고요.
대가리로 차창 깬 독한 새x...
완전 개 같은 살인마라고...
근데 어쩔 수 없었어요
너무너무 화가 났거든...
지기들이 바라는 데로 해줬는데..
살인마의 아들이 되어 줬는데..
피곤한데 이거 그만 두면 안 됩니까...?
....아니..... 계속 해요.
사실 누군가와 이렇게 길게 말 한지도 몇 년 전 일이니 나는 선처를 바랬어요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새x의 망상이었죠
그래도 내 동생을 겁탈하던 새x들인데 이건 좀 정당방위 아닐까?
동생이 나와서 그때 있던 일을 얘기만 해준다면 적어도 아버지와 아주 동질이라는 오해만은 피해 갈 수 있을 줄 알았죠
전 몰랐던 겁니다
며칠간 어두컴컴한 감방에만 갖혀있다 보니 동생년이 건물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었다는걸...
죽는 순간에도 뭐가 그리 죄스러워서 인적도 허름한 빌딩 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걸 알 도리가 없었던 거예요
그년도 대가리가 터졌을까요?
제가 손도끼로 깐 돼지새x의 대갈통처럼? 허허...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이었어요
아무도 내게 선뜻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빨간 명찰을 달고 나타나니까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묶인 손은 책상 밑에 둔 체 개처럼 입으로만 밥을 넘기는 저를 말없이 바라만 보더니..
그렇게 면회시간 내내 암말도 안 하시고는 돌아가셨어요
돌아서는데....
그 머리 희끗한 아줌마 생각이 내 귀에 다 들리더군요.
하지만 굳이 잡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무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동생년보다 좀 더 나을 줄 알았거든요.
비참하게 더럽게 죽어버린 동생년보다 우아하게 가실 줄 알았단 말입니다.
멍청한 아줌마가 그러 식으로 목 매달면 똥이고 오줌이고 다 튀어나는 줄도 모르고...
나한테 언질이라도 했더라면 내가 끝내주는 방법을 알려줬을텐데 말이요..
크크.. 감방에 있으면 맨날 보는 게 그것들 뿐이거든
거 참 그 아줌마는 몇 년을 똥오줌처럼 지내시더니 마지막 가는 길까지 똥오줌이더군요..
흐흐.. 으흐흐흐흐.... 흐......
웃는 듯 올라갔던 그의 입가가 일그러지더니 발작하듯 눈물을 터뜨렸다
사막 한가운데 용천수가 터진 듯 메마른 눈동자에서 굵은 물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져 그의 쥐색 죄수복을 검게 물들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물이 바다가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숨이 막히고 어깨가 무거웠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다잡으며 커서가 깜빡이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독점 취재 - 사이코패스 2세 강x균, 악마가 들려주는 이야기'
백스페이스를 누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노트북을 눌러 닫고 서둘러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 뻔했다.
입을 쩍 벌린 가방에 팬과 공채 따위를 단번에 쓸어 담고는 서둘러 면담실을 나왔다.
"여, 최 기자님! 뭔가..."
사흘 만에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교도관이 다가왔다.
숙부님을 통해 연이 닿은 사람으로 강하균과 1:1 인터뷰를 가능하게 해 준 사람 중 하나지만 그에게 인사치레를 할 수도 없이 나는 도망치듯 교도소에서 나왔다.
육중한 철문을 등 뒤로 한순간에야 나는 침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박이다
분명한 대박 기사다
이건... 만년 수습기자 신세를 단번에 벗어나 재수 없던 선배들까지 발밑에 둘 수 있는..
뿌듯한 마음으로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그것은 아직도 돌아가고 있었다.
결정을 내린 순간
마음은 너무나 가벼워졌다.
나는 교도소부터 난 찻길을 쭉 따라 걸었다.
얼마 걸으니 작은 댐을 마주하게 되었다.
용솟음치는 흰 물줄기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녹음기를 힘껏 집어던졌다.
꿈틀거리는 뱀장어 같은 희 물보라들이 금세 혀를 내밀어 받아먹는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곧게 난 길을 따라 황금빛 햇살이 자작자작 고여있다.
밟으면 찰방 소리라도 날 듯한 황금빛 물결을 가르며 터덜터덜 흙길을 걸었다.
늦봄의 따뜻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마치 머리를 쓰다듬는 누군가의 손 같았다.
그리고 그 손길이 속삭이는 듯했다.
괜찮노라고 너는 괜찮노라고..
아기 걸음 하듯 천천히 옮기는 발자국마다 끈기 없는 죄책감들이 잉여 된 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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