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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괴담>부산 남포동 심야버스 본문

공포/괴담

<괴담>부산 남포동 심야버스

daengo 2020. 3.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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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내가 20살 때였어

 

그때 당시 나는 남자친구 알바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남자친구 동네로 갔어

 

알바 마치고 얘기하면서 술도 먹고 하니

시간이 꽤 됐더라고

 

그래서 심야버스를 타고 우리 동네 

근처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어

 

시간도 늦었고 남자친구는 술이 떡이 돼서

나 버스 타는 것만 보고 가구

1004번이었나 하여튼 심야버스 그거 있잖아?

관광버스처럼 생긴 거!

 

내가 그걸 처음 타서 뒷문에 붙은 정류소 표라 해야하나?

그걸 보러 뒤쪽으로 걸어갔지

 

아무 생각 없이 그 표를 보고 

'아 남포동에 내리며 되네' 

하고 뒷문 쪽에 앉으려고 딱 몸을 틀었는데

 

외국인 노동자 열댓 명이 앉아있더라?

딱 봐도 여자는 아무도 없었어

 

나는 여름이라 딱 붙는 흰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있었고

다들 작업복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몇 십 개의 눈이 나만 쳐다보고 있더라..

 

순간 좀 놀라긴 했지만 태연한 척 자리에 앉았어

 

통로 쪽에 앉아있었는데 

반대편 통로 쪽에 앉은 외국인이 말을 걸더라

 

"아가씨 안녕~"

 

"안녕하세요.."

 

내가 사실 친절병 걸려서 

남한테 좀 띠껍게 못하거든?

 

그래서 말하는 걸 다 받아줬어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적어볼게

 

"아가씨 예뻐요 어디 내려요?"

 

"남포동이요"

 

순간 말하고 아차 싶었어

내가 왜 저걸 말했지..

 

근데 뭐 어쩔 수 없잖아

말하는 거 그냥 다 허허하면서 넘겼지

 

근데 갑자기

 

"아가씨 사진 찍고 싶어요

 고향에 어머니한테 한국 사람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는 거야.. 그래서 너무 황당해서

 

"네? 내려서요?"

 

"아니 아니 옆에 앉으면 돼요"

 

하더니 날 창문 쪽으로 앉히고

자기는 통로 쪽에 앉더라

 

진짜 무서웠어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하는 사이에

다른 외국인은 카메라를 들고 있고 

내 옆의 외국인은 나한테 어깨동무를 하더라

 

진짜 내 사진 어디 팔려가나 싶으면서도

어떻게 하질 못하겠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려는데

누구한테라도 도와달라 눈빛이라도 보내려고

맨 뒤를 돌아봤더니 중국인 3명이 의자 위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고 날 보고 있더라

 

그때 당시 인신매매, 납치 이런 게 막 sns를 타고

난리 났던 시절이라 그런 게 막 생각나면서

 

'아 이 버스엔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 진짜 끌려가는구나 이제 어떡하지'

 

이 생각 밖에 안 들었어

 

그 중국인 3명이랑 눈 마주치고 

진짜 10초도 안 됐을거야

 

옆에 외국인이 앉아있든 말든 기사 아저씨 쪽으로 갔어

가서 "아저씨 남포동 가려면 얼마나 남았어요?"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아저씨가 아가씨 왜 우냐고

남포동 20분이면 간다고 하길래

 

저 뒤에 외국인들 너무 무섭다고..

내가 무슨 말 했는지 횡설수설 생각도 안 나

 

저렇게 말했더니 아저씨가

아가씨 일단 진정하세요 쟤네 부산역에서 다 내린다고

한국 사람이 한국 땅에서 외국인을 겁내면 어쩌냐고

아저씨 여기 있으니까 일단 진정하라고

엄청 안심시켜주시더라

 

내가 기사님 뒤에 앉아있었는데

그 같이 사진 찍었던 외국인이 거기까지 따라오더라..

 

"아가씨 왜 울어요? 슬퍼요?

 

하는데 난 그것마저 싫은 거야..

 

착한 사람이었다면 미안하지만..

 

난 그 상황도 상황이고 내가 기사님한테 뭐라 할까 봐

감시하러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

 

내가 대답 없이 계속 울고 있으니

기사님이 "뒤에 가서 앉아"라고 하셨고

그 외국인은 뒤로 가더라

 

기사님은 나 계속 달래주고 부산역에 도착했더니 

진짜 그 외국인들이 다 내리는 거야

 

근데 그 중국인 3명은 여전히 턱을 괴고 날 쳐다보더라

 

기사님이 "부산역입니다 내리세요!"

라고 했는데 3명 다 우물쭈물하면서 안 내리더라

 

기사님이 한 번 더 "부산역이라니까! 내리세요!"

 

(화 내시는게 아니라 맨 뒷좌석까지 들리라고 소리 치신 것 같았어)

 

하니까 계속 안 내리고 있더라

 

그래서 기사님이 "어디내리는교!" 하니까

한명이 눈치보면서

 

"나... 남포동"이러는데 진짜 앉아잇는데

온몸에 힘이 풀리더라

 

아까 그 외국인이 물어봤을 때 

내가 내 입으로 남포동이라고 했잖아

 

너무 놀라서 숨이 안 쉬어졌어 진짜..

 

일단 차는 출발하고 기사님이 조용히

 

"아가씨 그냥 남포동 말고 서구청까지 갑시다

 가서 택시를 타든 부모님을 부르든 합시다"

 

이러시는데 그때서야 정신이 드는 거야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나 데리러 오라고

서구청에 내리는데 빨리 오라고 무섭다고

지금 다 얘기 못한다고 빨리 오라고

그런 말만 반복했던 것 같아

 

일단 기사님이 가는 동안 날 계속 안심시켜주셨고

남포동에 도착해서 내가 안 내리고 있으니까

중국인 3명도 안 내리더라?

 

기사님이 "남포동이요! 내리이소!" 하니까

서로 우물쭈물 눈치만 보다가 한 명이 내렸어

 

그 다음 정거장이 자갈치였는데

"남포동 지났습니다 내리이소!" 하니까

 

또 한 명만 내리더라

 

진짜 무서웠어 

쟤네가 진짜 날 노린 건가 이 생각도 들고...

 

마지막 종점에 버스 세우고 기사님이

"아가씨 일단 여기 앉아있으이소 움직이지 말고"

 

난 무조건 끄덕끄덕했지

그리고 마지막 남은 중국인 한명한테 

"종점이요! 이제 차 안가니까 내리이소!" 하니까

 

진짜 천천히 꾸물거리면서 내리더라

그리고 버스 옆을 지나가는데

날 빤히 쳐다보면서 걸어가는 거야...

 

기사님이 "새x 뭘 쳐다보노" 하면서

"아가씨 울지 마소 기사가 여기 있는데

 뭐가 무서운교, 일단 누가 데리러오기로 했는교?"

 

하시면서 사탕을 주시더라 울지 말라고..

 

진짜 친절하신 분이었어

그래서 엄마가 데리러 온다고 했다고

조금 있으면 오실 거라고 

이 버스 언제 다시 출발해요? 했는데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려 줄 테니까 진정 좀 하고 있으이소" 하더라

 

본인 스케줄까지 미뤄주시면서 

진짜 기다려 주셨어

 

우리 집이랑 서구청까지 좀 거리가 있어서

한 20분? 정도 뒤에 엄마랑 아빠가 도착했어

 

기사님이 진짜 나 엄빠 차에 탈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가셨어

 

더 소름 돋는 건 내가 막 울면서 차에 탔다?

 

우리 집 쪽으로 가는데 나무 많은 그 뒤에서

마지막에 내렸던 그 외국인이 나 쳐다보고 있더라

 

나 완전 차에서 소리 지르고 울고 집 말고

다른 데로 가자고 개 난리 쳤었어

 

엄마, 아빠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왜 그러냐고 일단 울지 말라고 그런 말만 하셨고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지 길에 차가 거의 없었거든

뒤에 보니까 진짜 차가 한 대도 없더라

 

그래서 아빠가 아무도 안 따라온다고 걱정 말라고 

일단 집에 가서 진정 좀 하고 얘기하자고 하셨어

 

집에 가서 부모님께 다 말씀드렸지

 

말하고 나니 괜찮은 줄 알았다?

 

근데 일주일 정도 밖에 못나갔어.. 무서워서...

 

해만 지면 그냥 눈물이 줄줄 나

 

버스도 못 타고 다녔어

버스만 봐도 눈물이 나고 택시를 타면 

그 외국인들이 운전하고 있을 것 같고..

 

내가 그때 알바중이었는데 일주일은 못하고

일주일 뒤부터는 아빠나 남동생이 꼭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어

 

이거 후유증 오래가더라..

 

지금도 소름 돋아

 

별일은 없었지만 

내 생에 최고로 사람이 무서웠던 순간이었던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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