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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2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본문

공포/네이트판 소름글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2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daengo 2020. 8. 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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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썼던 것처럼 원래 자식은 저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하셨던 엄마아빠는 뜻하지 않게 굴러들어온 복덩이(!)인 제 동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엄마, 엄마한테 자꾸 아기소리나요"

 

라는 딸의 말을 무시하신 엄마는 ㅋㅋㅋㅋ

 

동생이 생겼다는 경사스런 사건을 저에게 전해주신 걸 시작으로 열심히 태교모드에 돌입하셨다지요.

 

그와 동시에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중에 일부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8살까지 형제자매없이 커온 저로써는 동생이 생긴다는 건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어요.

 

학교만 갔다 오면 아직 부르지도 않은 엄마 배를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했다고 하네요.

 

음.. 엄마아빠는 제가 더 어렸던 시절부터 남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셨대요.

 

배를 쓰다듬으며 

 

"희야~ 동생이 딸이었으면 좋겠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라고 엄마가 물으시면

 

"엄마는 벌써 알고 있잖아요."

 

라고 쿨하게 대답하기 일쑤였다고 하네요^^;;

 

병원에서 성별검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까지만해도 그건 불법이었다고;)

 

여자든 남자든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라는 엄마아빠의 신념으로 성별검사는 패쓰ㅋㅋ

 

엄마는 타고난 촉으로 제 동생의 성별을 이미 알고 계셨다고 했지만 아빠에게는 말해주지 않으셨대요.

 

(일종의 서프라이즈랄까ㅋㅋ)

 

궁금증이 도지셨던 아빠는 매일매일 엄마와 저에게 번갈아가며 동생의 성별을 묻는 게 일상이 되셨구요.

 

그럴 때마다 우리 모녀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침묵ㅋ

 

그러던 어느 날, 저녁에 제가 아빠 손을 이끌더니 밖에 나가자고 조르더래요.

 

엄마는 집에 계시고 아빠랑 나랑만 집 앞 공원에서 바람 쐬며 걷고 있는데 제가 아빠한테 

 

"아빠, 아빠 등에 업히고 싶어요"

 

라고 했다네요.

 

(원래는 내 갈길은 내가 가던 꼬꼬마였음)

 

그렇게 아빠 등에 업힌 저는 아빠 귀에 대고 킥킥 웃으며 장난을 치더니

 

"아빠, 아빠도 이제 동생 태어나면 목욕탕 같이 다닐 수 있으니까 좋죠?"

 

하고 말하더래요.

 

(울아빠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딸바보시지만, 아들들을 거느리고? 목욕탕 다니는 아빠 주위 분들을 참 부러워하셨음. 물론 엄마랑 나 몰래ㅋ)

 

"희야, 아빠랑 같이 목욕탕 가는 동생이면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이 남자아이야?"

 

하고 아빠가 물으시니

 

"아빠, 저 이제 걸어갈래요."

 

라고 등에서 풀쩍 뛰어내려 집으로 총총 걸어가버리더래요.

 

시간이 지나고 엄마 배는 점점 불러오고 저는

 

"엄마, 다른 아기들은 응애응애 하고 우는데 내 동생은 왜 어흥어흥 하고 울어요?"

 

라는 소리를 지껄여댔고 그때마다 엄마가

 

"희야, 그게 무슨 소리야?"

 

라고 물으시면

 

"동생이 어흥어흥하고 울잖아요"

 

라고만 짧게 대답했대요.ㅋㅋㅋ

 

말 좀 길게 하지 요망한 꼬꼬마야ㅋㅋㅋㅋ

 

또 아이 이름은 아이가 태어나면 생시를 들고 작명소에 가서 지을 예정이었으므로 엄마아빠는 동생의 태명인 복덩이ㅋㅋㅋ로 부르고 계셨는데 전 자꾸 엄마 배를 쳐다보며

 

"x범아~ 누나야~"

 

하고 말을 걸었더랬지요.

 

"x범이? 그게 누구야?"

 

하고 물어보시면 

 

"누구긴, 희야 동생이죠."

 

라고 역시 짧게 대답 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엄마 배가 남산만큼 불러왔을 때쯤.

 

가까운 친척이 결혼을 한다는 청첩을 해왔었대요.

 

집에서 차 타면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지라 만삭인 엄마도 아빠와 동행하기로 결정.

 

결혼식날 아침에 아빠는 양복을, 엄마는 깔끔한 임부복을 입고 준비가 한창이었는데

 

갑자기 제가 가기 싫다고 울며불며 발광(!)을 하더래요.

 

만삭이라 체력적으로 지친 엄마 대신 아빠가 저를 달래려 하셨는데 들은 채도 안 하고 울어대더니

 

엄마가 기껏 차려입은 임부복 위에다 오바이트.. 를 해버리더래요ㅋㅋ 나란 여자 ㅋㅋ

 

엄마가 태교를 위해 봉인해뒀던 호랑이 성질을 꺼내며 눈을 부라리셨지만 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x범아~ 너도 가기 싫지?"

 

한마디 하고 딴청 부리기 ㅋㅋㅋ

 

엄마가 참아왔던 성질을 쏟아내며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저 멀리 경상도에 계시는 외할머니한테 전화가 오더래요.

 

"영아(울엄마)! 너 오늘은 아무데도 가지 말고 집에 콕 쳐박혀있어라!"

 

라는 다급한 목소리.

 

울할머니의 말은 곧 법인지라 엄마와 나는 집에 남고 아빠만 예식장으로 출발.

 

그리고 ㅋㅋ 예식장에서 갈비탕을 만족스럽게 드셨던 아빠 포함 하객분들은ㅋㅋㅋ

 

식중독으로 고생, 개고생...

 

(아빠는 나중에 이 일을 회상하며 외할머니를 원망했음ㅋㅋ 사위도 가지 말라고 말려주시지ㅠㅠ)

 

드디어 엄마 배가 빵 터지기 직전쯤. 저를 낳을 때도 난산이라 고생이 심하셨던 엄마는 슬슬 겁이나셨대요.

 

예정일이 가까워올수록 밤만 되면 배가 뒤틀리듯 아프셨다고 하네요.

 

참을성 제로인 울엄마는 밤마다 배가 아프면 아빠를 붙잡고 

 

"희야 아빠.. 나 배가 너무 아퍼.. 빨리 병원 가자.. 나 무서워.."

 

라고 아빠를 재촉했고

 

첫 출산 때 고생하는 엄마를 지켜봤던 아빠는 그때마다 엄마를 부축해서 병원으로 가려하셨대요.

 

엄마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아빠도 걱정을 감출 수 없어서 경황이 없는 그 찰나에 꿈나라에 가있어야 할 본인은 항상!! 엄마가 병원에 가자고 할 때마다!! 귀신같이 깨어나서!!

 

"엄마, 지금 병원 가지 마요.

 

할머니가 x범이 마중 나오신댔어요."

 

라는 개소리작렬 ㅋㅋㅋ

 

(위에 나온 할머니는 돌아가신 제 친할머니를 말함)

 

배가 너무 아파서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엄마는ㅋㅋㅋ

 

어린 딸에게 해서는 안될 막말 작렬.. 을 시연하셨고ㅋㅋ

 

아빠는 그때마다 제 귀를 막아주셨다는..

 

웃지 못할 기억도 남아있네요.. 허허ㅋㅋ

 

그렇게 힘든 며칠의 고비가 지나가고 

 

그날 밤도 엄마는 뒤틀리는 배를 움켜잡고 아빠를 깨우셨대요.

 

근데 그날은 귀신같이 나타나던 딸년이 안 보이네?

 

이때다ㅋㅋㅋ 하신 울엄마는 아빠를 재촉해서 병원으로 직행.

 

난산이었던 첫 출산과 달리 너무나 쉽게 득!남!

 

아빠는 여기저기 출산소식을 알리셨고 저희 큰아빠큰엄마가 축하하러 오셔서는 

 

"동서~ 고생 많았네~ 둘째도 어머님 기일에 맞춰 나오느라 고생했고~ㅋㅋㅋ"

 

라는 말씀을;;

 

그랬네요;; 태교와 순산에 너무나 전념하신 울엄마아빠는ㅋㅋ 돌아가신 할머니 기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계셨던 거죠.

 

그렇게.. 돌아가신 할머니가 맞아주신 동생을 데리고 엄마는 곧 퇴원 후 집으로 직행.

 

동생의 생월생시를 들고 작명소를 찾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대요.

 

(외할머니가 곧 우리 집으로 산후조리를 위해 오실 예정이었음.

 

할머니 오시면 이것저것 조언 듣고 작명하려고 기다리던 중.

 

이때까진 그냥 복덩이였음.)

 

태어나서 처음 본 커다란 미역다발을 들고 우리 집에 오신 외할머니는 웬일인지 복덩이 동생 놈을 한번 안아보지도 않으시더라구요.

 

(울엄마 섭섭하다고 눈물 찔끔. 할머니 앞에서만 약해지는 여자)

 

미역국을 한솥 끊여두신 할머니가 드디어 입을 여셨어요.

 

"영아, 둘째 이름은 범(호랑이)자가 들어가야 한다.

 

너랑 희야 기가 워낙 세서, 이름을 세게 짓지 않으면 아이가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질 못할 거야.

 

크고 센 이름 지어오면 그때부터 많이 안아줄 테니까 얼른 이름 짓는 거 서둘러라"

 

할머니는 제가 동생을 x범이라고 불렀던걸 아셨던 걸까요;

 

그 얘기를 들은 엄마랑 아빠는 제가 주구장창 불러댔던 x범이라는 이름을 적극 반영,

 

작명소에 가서 '음은 지어왔으니, 여기에 맞춰 뜻을 붙여주세요'라는 부탁을 하고

 

세고 센, 정말 드센 ㅋㅋㅋ x범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켜서 돌아오셨더래요.

 

(루저인 보인과 달리 지금 복덩이 놈은 188의 장신임. 니 이름 내가 지어줬다. 임마!!!)

 

그 후로 한 달간 질리도록 미역국을 먹으며 좋아하는 할머니랑 맨날 붙어 자면서 ㅋㅋ 엄마도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하시고,

 

할머니는 방 안에서 하루 종일 기도를 드린 후,

 

다시 외가로 내려가셨어요.

 

그토록 바라던 동생이었지만, 막상 태어나고 보니 현실은 시궁창이였구요^^;; (2인자의 슬픔)

 

동생 놈 젖 먹고 똥 싸 대는 거 구경하는 게 하루하루 낙이 될 때쯤.

 

치토스 ㅋㅋ 사준다는 아빠 말에 신나서 아빠 손 붙잡고 슈퍼로 가던 길에 문득 아빠한테 그러더래요.

 

"아빠, x범이 동생도 남자면 난 누구랑 놀아?" 

 

엄마의 임신기간 내내 딸의 촉을 몸소 느끼신 아빠는 함박웃음을,

 

집에 가서 그대로 말씀드리니.. 엄마는.. 그냥 안방문을 닫아버리셨어요 ㅋㅋㅋ

 

현재 본인은.. 남동생을 위에 군림하는.. 누나 나부랭이입니다^^;;

 

오늘도 쓰다 보니 길어지고 말았네요;

 

마무리는 역시..

 

뿅! 인거죠 ^^;

 

 

출처: https://pann.nate.com/b31952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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