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저주받은 강원도 농장에서의 악몽3(청곡 리조트) 본문
제가 청곡 리조트를 가게 된 건 터널에서의 악몽을 겪고 난 후였습니다
아저씨가 말한 루트를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그곳은 리조트라 하기엔 규모나 시설 면에서 좀 부족함이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설 때부터 왠지 모를 부조화가 느껴지긴 했지만 비 성수기고 한밤중이라 적막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차를 세우러 아저씨와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를 찾고 있었는데 공터 느티나무 아래에 웬 꼬마 여자애가 앉아있었습니다
다가가서
"너 지금 몇 시인데 여기서 뭐 하니?"
물어봤습니다
먼발치를 응시하며 벤치에 앉아있던 꼬마는 아무 말 없이 펜션으로 쪼르르 들어가 버렸습니다
시크한 매력에 도취해 멍 때리고 있었는데 바로 옆 건물에서 관리인 아주머니가 나오길래 아저씨는 방을 잡고 전 형을 깨우러 갔습니다
차에서 초췌한 몰골로 비시시 일어나던 형이 두리번거리더니 갑자기 절 보고
"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너 정말 왜 이래?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날 왜 끌고 온 거야?"
그냥 딱 봐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전 형이 정말 미쳤구나 생각했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심각해 보였던 형은 끝까지 안 간다고 괴성만 질러대길래 그냥 차에서 자라고 하고 펜션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저러면 병원에 데리고 가든지 해야겠네'
그렇게 펜션으로 돌아가던 중 주인아주머니가 절 붙잡더니
"학생 그쪽 방 말고 요 앞 건물에서 자요
학생 보니까 아들 생각나서 좋은 방 주는 거예요"
라며 측은한 눈길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비성수기라 방이 남아돌았던 건지 저야 뭐 남자끼리 자기도 뭐 했는데 고맙다고 하고 아저씨께 인사나 드리고 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이미 잠든 사람한테 다가가는 건 아니에요"
하시길래 주무시나 보다 하고 제 방으로 갔습니다
방에 들어와 보니 화장품이며 가방에 흡사 누가 자던 방처럼 보였는데 그땐 피곤한 탓인지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전 잠을 청했고 거의 잠들어 갈 무렵 밖에서 천둥과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빈 농장을 걱정할 여력도 없을 만큼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터널 이후로 뭔가에 취한 듯 전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단잠을 잤고 안타깝게도 그게 제가 기억하고 있는 리조트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형이 본 리조트는 많이 달랐습니다
다음날이 돼서야 전 뭔가 심각한 무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오가 돼서야 형이 깨우러 와서 일어났는데 웬걸 바닥에 흙먼지며 온갖 잡기들이 흐트러져 있는 게 말 그대로 폐가였던 것이었습니다
밖으로 뛰쳐나가 봤더니 사방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바닥은 온통 황토색 흙먼지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그곳에서 하룻밤을 잤던 것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형의 충격적인 말에 전 더욱 혼란스러웠습니다
"너 인마 지금은 좀 정신이 돌아왔냐?
너 때문에 내가 어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너 어제 장난 아니었어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날 이 딴 데로 끌고 와서 자자고?
터널에서 미친 꼴 겪고 환장하는 줄 알았는데 너까지 그러니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더라"
전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분명 꿈은 아닐 테니까 그러다 문득 아저씨는 어디 가셨냐고 물으려다 퍼뜩 뇌리를 강타하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분명 아저씨는 어제 우리랑 밥을 먹고 건초 갖다 놓는다고 먼저 들어가셨습니다
애초에 아저씨는 계시 지도 않았던 겁니다
전 어제 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걸까요?
문득 긴 밤에 꼬맹이가 달려갔던 그쪽 아저씨가 주무시던 펜션을 봤더니 거긴 휑한 낭떠러지였고 그 아래는 퍼런 계곡물만 보였습니다
전 대체 어제 누구와 얘길 나눈 것이며 그저 환상들을 본 것일까요?
형 말로는 터널 이후로 눈빛부터 이상해졌었다고 합니다
흡사 귀신 들린 거 마냥..
평생 귀신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 저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소똥 좀 치우다 점심 먹고 낮잠 좀 자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방에 누워있다가 머리맡에 달력을 봤는데 전 처음엔 그 달력이 누워서 편히 보려고 여기다 달아놨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치마도 들춰보고 싶은 게 남자의 욕구라고 무심결에 달력을 들췄는데 거기에는 흡사 누가 교묘히 가린 것처럼 누런 피 얼룩에 전에 말한
(이곳은 저주받았다 살고 싶으면 이 농장을 떠나라)
이런 낙서들이 쓰여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형에게 소에게 밟혀 죽은 최 씨 아저씨 얘길 들었고 당연히 이방에선 최 씨 아저씨가 묵었을 것이며 그 아저씨가 쓴 것이라 장담할 순 없지만 제가 X스라고 응답한 그 낙서는 분명 저에게 아니 이 방에 묵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였던 것 같았습니다
이후로도 농장 길바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꿈을 꾸질 않나,
까마귀들이 제 몸을 뜯어먹는 꿈부터 생사람이 몸에 무슨 음기를 그렇게 많이 묻히고 다느냐며 꿩 칼국숫집에서 만난 무속인이 했던 말과
밤마다 울어대는 정체 모를 짐승 소리에 공허한 눈빛으로 아무 곳이나 응시하며 미친 듯이 짓어대는 개들 그리고 그에 맞춰 점점 짙어지는 아저씨의 주사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소 무덤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그곳을 뛰쳐나와서야 비로소 그 낙서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저씨의 집중 타깃이 되었던 3구의 소들,
그 소들이 바로 전에 같이 일하던 최 씨 아저씨를 밟아 죽인 젖소가 있던 우사였고
전에 영양실조로 부실한 새끼를 낳았던 우두머리 소가 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전에도 말했던 그 최 씨 아저씨의 죽음은 그냥 돌아보면 그럴 만도 하겠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최 씨 아저씨는 떠밀려 오는 소들에게 채여 죽은 게 아니라 밟혀 죽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소들이 우두머리 소를 선두로 최씨 아저씨를 그냥 밟아 죽였던 것이었습니다
'사방에서 음기가 솟구치니 내 정신이 미묘해지어다. 너희는 무슨 죄로 이곳에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이냐'
그곳에서 미친 건 아저씨뿐만 아니라 이미 소들부터가... 아니 농장 전체가 미쳐있었고 심지어 저까지도 미쳐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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