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저주받은 강원도 농장에서의 악몽1(소 무덤의 진실) 본문
다니던 직장에서 알력으로 퇴사를 하고 시간이 나서 받았던 소개팅에선 백수라는 이유로 가차 없이 퇴짜를 당하고 돈 나갈 때는 많아지고 여러모로 되는 일이 없던 재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구인광고에서 우연찮게 본 그곳 월 280만 원에 강원도 산 중턱 농장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소들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에 망설였지만 되는 일도 없고 착잡한 심경이었던 그때 속세를 떠나 다 잊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산 중턱이 아니라 깊은 꼭대기였고 밤이 되니 주변에 불빛 한 점 없었습니다
거기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곳엔 먼저 와 일하고 있던 두 분이 계셨는데 농장 안에서 거주하지 않지만 사료와 우유를 실어 나르는 3살 터울 형과 농장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던 50대 후반의 아저씨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형은 착하고 재밌는 사람이었고 그 아저씨 분도 강원도 사람이라 그런지 아주 인자하시고 좋은 분이셨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숲의 향기를 느끼며 자연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처음 올 때부터 느낀 거지만 까마귀가 어찌 그리도 많던지 전체적으로 무언의 스산한 기분도 들고 소와 개들이 왠지 겁에 질린 듯한 눈빛에 괴리감도 있었지만 몇 주 지나서는 그것도 다 잊고 모든 게 만족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들에게 사료를 먹이고 씻고 TV 좀 보다 자야지 했는데 아저씨가 들어와 말했습니다
"술 한잔해야지"
'술 별로 안 좋아하신다더니 웬일로'
저야 마다할 이유 없이 전부터 냉장고 귀퉁이에 쌓여있던 맥주와 소주를 잽싸게 들고 왔습니다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소주 사발을 기울이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마셨습니다
대청마루 술판 옆에서 그르렁거리며 자던 황구 놈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저씨를 보고 마구 짖어대는 것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아저씨가 그런 황구에게
"이놈의 강아지가 주인도 못 알아쳐보고 X발 놈에 강아지 죽어 죽어버려"
하면서 낫을 마구 휘둘렀습니다
구들장 밑으로 기어들어가서도 계속 깨갱컹으르릉깨갱 거리고 있고 평소 그 인자하시던 아저씨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때 아저씨를 말리다 낫에 찍힐 뻔했습니다
그때 무서웠던 게 두 눈이 완전 사시가 돼서는 한쪽 눈은 반쯤 뒤집어져서 황구가 숨은 방향을 노려 보고 있었고 한눈은 저를 보는데..
동공이 완전 풀려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들어가 잘게요" 하고
무서워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잠을 청했는데 밖에서 아저씨는
"X발 놈의 강아지, 소새끼들"
욕을 하면서 농장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주사가 저래 심한 줄이야 다신 같이 술 먹지 말아야지'
그렇게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젖을 짜고 소 사료를 먹이려고 일어났는데 아저씨가 안 보였습니다
혹시나 황구가 해코지 당했나 싶어 불렀더니 다행히 꼬랑지 살랑거리면서 저만치 풀숲에서 달려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저씨는 불러도 찾아봐도 안 보여서 아저씨한테 전화해보니 전화가 안 터지는 데 있는 걸로 보아 산 중턱에 내려갔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들 사료부터 먹이고 그때까지 안 오면 농장 주인 할배한테 전화하자 하고 소 사료를 주고 있는데 우유를 가지러 온 형이 아저씨를 싣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흙바닥에서 뒹굴었는지 만신창이로 자고 있는 아저씨를 어디서 데려온 건지 물었습니다
"저 아래 무덤에서"
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산길 올라오는 길에 이름 없는 반듯한 무덤 하나를 봤었는데 왜 거길 가서 자나 가을이라 아침 바람도 찰텐데 참 술이 문제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며칠인가 지나서 농장 주인 할배가 찾아왔습니다
할배는 오자마자 소들부터 둘러보더니 왜 소가 자꾸 없어지느냐고 아저씨랑 티격태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주저앉은 늙은 소는 저쪽 구덩이에 묻었고 새끼 젖소는 질똥 싸다 죽어서 태워버리지 않았습니까 그거랑 몇 마리 죽었던 거빼면 288마리가 맞는데 왜 자꾸 억지 말씀을 하십니까 어르신"
라고 말하는 아저씨와 막무가내로 소가 없어졌다는 주인 할배는 한참을 실랑이하다 돌아갔고 억울한 듯한 아저씨는 분에 겨워 오늘은 형을 불러서 농장 비우고 시내에 나가 밥이나 먹자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세상 구경 좀 하고 배불리 밥을 먹고 난 후 농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처음 여기 오기 전 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소가 300마리가 좀 넘으니 둘이서 관리하려면 힘은 좀 들 거야"
라는 말 그래서 아저씨한테
"원래 소가 300마리가 넘지 않았었나요?
그러고 보니 3구에 있던 마른 소들이 몇 마리 없어진 거 같기도 한데"
"너는 온 지 알마 안 된 놈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참견하지 마라"
이질적인 말투로 말하는 아저씨를 보고서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그 뒤로 며칠이 지나고 이번엔 아저씨 혼자 방 안에서 술을 들이마시더니 또 주사를 부리면서 농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저씨를 보면서 황구는 숨어서 미친 듯이 짖어댔습니다
역시나 다음날 아저씨가 안 보이길래 이번엔 내가 직접 찾아가서 봐야겠다 하고 산 중턱 무덤에 가봤더니 한 손에 낫을 든 채로 무덤 옆에서 고이 자고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 무덤에 꿀을 발라놨나 왜 자꾸 거기에 가서 자는 건지.. 형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무덤은 대체 뭐길래 왜 자꾸 아저씨가 거기서 자는 거예요?"
형은 잠시 머뭇 거리며 말했습니다
"너 오기 전에 아저씨랑 같이 일하던 최 씨 아저씨가 있었거든
여름에 젖소들 방목시키다 밀렵꾼이 쏜 총소리에 소들이 놀라서 산비탈에 떠밀려 내려갔는데 하필 그 아저씨가 길목에 있다가 절름발이로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소떼에 밟혀 돌아가셨어
수십 마리에 밟혀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더라 가족도 없지 군청에 신고는 했는데 친인척들도 소식이 없어 거기에 묻는 거다 그때부터 그 아저씨 술만 먹으면 거기서 나자빠져 있더라 7년을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정이 오죽했겠냐"
아 그래서 그랬었구나 생각하고 2주 정도 별일 없이 지냈습니다
점심 먹고 심심해서 밤을 한 움큼 주워다 왔는데 아저씨가
"저쪽 마른 골짜기 쪽에 개복숭아 나무가 있어
지금 한창 익을 때라 맛있을 거야"
저는 냉큼 복숭아나무 쪽으로 갔습니다
근데 골짜기 언덕에 올라서니까 썩은 내가 확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죽은 소 수십 마리가 쌓여있었습니다
저는 식겁해서 골짜기 흙 벼락을 미친 듯이 기어 올라갔습니다
돌아가서는 아저씨한테 개복숭아 다 떨어지고 없다고 하고 그 죽은 소들 뭐냐고 물으려다 진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아저씨한테 돌려 물어봤습니다
"전에 죽었던 소들 어디다 묻었어요?"
"왜? 전에 2마리는 같이 묻었고
농장 주변 곳곳에 묻었는데"
"전에 소들이 전염병에 걸린 적 있었나요?"
"아니"
안 그래도 그전에 찜찜했던 일이 있었는데 같이 묻었던 반쯤 썩은 소가 아침나절에 완전히 파헤쳐 져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나뒹굴러 있던 것도 처음 왔을 적에 부실하게 태어나서 겨우 일어서는 산 새끼 송아지 눈알을 까마귀들이 파먹고 있던 것도 그렇고
제가 자는 방 벽에 여기저기 낙서에 지저분한 게 묻어 있었는데 머리맡에 쓰여있던 낙서 중에
'사방에서 음기가 솟아치니 내 정신이 미묘해지어다. 너희는 무슨 죄로 이곳에 태어나 살고 죽는 것이냐'
이런 말들이 문득 떠오르니까 소름이 확 끼쳤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뭔가 있을 데가 아니다 싶어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또 혼자 방 안에서 술나발을 불더니 여지없이 주사를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시끄러워서 짜증만 났는데 이젠 그게 아니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과도 하나 들고서는 그 아저씨의 행적을 쫓아가봤습니다
욕지거리하면서 돌아다니다 2구 구석에 묶여있는 황구 2세를 짖어댄다고 마구 차더니 반항한다고 또 패고 하다가 사료 창고로 갔습니다
거기서 사료 한 포대를 꺼내더니 3구 마른 소들 구유에 붓는데 소들이 완전 겁에 질려서 사료는 안 먹고 우우우 우워 하고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처먹어 처먹으라고"
하면서 돌 던지고 똥 긁개 봉으로 우사 주변을 돌면서 막 찔러대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아저씨가 트럭을 끌고 와서 건초 묶을 때 쓰던 밧줄로 소 한 마리를 끌어내더니 안 가려는 걸 트럭으로 질질 끌고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얼마 안 가서 차 세우고 느닷없이 함마로 머리를 뻑 하고 치더니 소가 그래로 옆으로 뻗으니까 낫이랑 정글 칼 같은 걸 꺼내서
반항 못하고 울어대는 소를
"네가 날 죽여! 네가 날 죽여!"
하면서 마구 찌르고 째고 돌로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소는 잠잠해지고 한참을 그러다가 트럭으로 또 질질 끌고 가더니 그전에 제가 봤던 죽은 소들 있던 골짜기에 끌어다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습니다
아무리 강심장인 저라도 진짜 그 상황에서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아저씨가 돌아와서 다른 칸에 있던 소를 3구 채워 넣고 착유실 가서 태연히 샤워를 하고서는 농장 집으로 내려와서 제 집 창문을 쓱 보더니 문고리를 한번 철컥하고 돌려보는데 완전 겁에 질려 갖고 방 안에서 자는 척만 했습니다
진짜 그때의 공포란..
이불 속에서 과도 꼬옥 쥐고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니 우사 앞길을 통해 또 어딘가로 가길래 과도랑 짱돌까지 하나 챙겨서 다시 쫓아갔습니다
딱 보니까 그 묵덤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우사 주변은 밤에도 밝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완전히 칠흑인데다 더는 무서워서 쫓아갈 엄두도 안 나고 방으로 되돌아와 문 걸어 잠그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짐 전부 싸서 트럭 몰고 미친 듯이 산비탈을 내려오는데 역시나 그 무덤 앞에서 아저씨가 자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도 어둑한 데가 그 일을 생각하니 또 오금이 저려서 비포장길을 차가 뒤집힐 정도로 몰고 지나치려는데 차 라이트가 비추는 순간
그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가!!!!"
하고 큰소리치며 쫓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간밤에 문고리 덜컥할 때보다 진짜 그때가 더 무서웠습니다
비포장 산길이라 뛰면 충분히 트럭을 따라잡았을 텐데 밤새 헛짓거리 하다 다쳤는지 절뚝거리며 더 이상 쫓아오지 못했습니다
백미러로 봤더니 쫓아오다 말고 가만히 서서 실실거리고 웃던 아저씨와 점점 멀어지며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날부로 그곳을 떠났고 농장 주인이 350까지 준다고 더 해달라고 하던 걸 집안 풍파 어쩌니 하고 별의별 핑계까지 들먹이며 그 달치 반만 받고 바로 그만뒀습니다
그 형에게만 얘기했는데 첨엔 말 같지도 않다고 했지만 터널이랑 근처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까지 말하며 확인해보라고 해서 겨우 설득시켜 소 무덤까지 확인한 형도 그 아저씨 귀신 씌인 거라며 식겁하고는 바로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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