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무당과의 대화, 내가 만난 귀신2 [네이트판 소름글] 본문
"네놈이 뭘 쫓고 댕기는지는 모르겠는데 조심해라!
네놈이 전생에 착한 짓을 많이 해서 조상님들이 잘 지켜 주는 줄만 알아
원래 그렇게 들쑤시고 다니는 놈치고 멀쩡한 놈 없으니까."
갑자기 보살님께서 알 수 없는 말을 하심
쫓다니?
난 그저 무속인분들의 농후한 지식을 빌리기 위해 여행을 할 뿐임.
그런데 쫓다라..
아마 영이란 것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러시나 보다.. 했음
그런데 일은 그날 저녁,
내가 머물던 할아버지 집에서 일어났음
그 집은 할아버지 혼자 살고 계셔서 장작 패는 것을 좀 도와드리고 하룻밤 묶어가기로 했는데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 질 무렵이었음
"뒷산은 흉산, 그 밑에 바로 수맥이 흐르고..
꽤나 음기가 강한 흙산인데.."
그 산은 거의 보살님에 의해서 음기가 막아져있다고 봐도 무방함
본디 음기란 것이 또 다른 음기를 끌어들임
그러니 음기가 가득한 산이 저렇게 마을 어귀에 위치하고 있는데
귀신들이 나타나 심술을 부리지 않으니 나로서는 보살님의 영험함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음
그런데 그때..
"썩 꺼지지 못할까!!!"
뭐가 이리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인지..
희미하게 들렸는데 시골인지라 주변은 고요하고 왠지 그 목소리만 유일하게 내 귀에 들려왔음
보살님이 뭔가 하시는 것 같아서 보살님이 계시는 무당집으로 갔음
참고로 난 남들과 다름
애초에 영을 많이 접한 사람이고 영에 대해 공부를 해왔기에 근본적인 두려움은 없음
다만 그들에 대해 대처를 못 한다는 게 두렵다면 두려운 거임
여튼 무당집에 가니
그 앞에 있는 작은 돌 위에 칼 2자루를 올려놓고
보살님은 언월도를 드신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서계셨음.
칼과 언월도를 들고 있는 굿은 내 생에 본 적이 없었음
먼가 싸한 기운이 돌길래 멍하니 말은 꺼내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음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쫓아댕기다가 큰일을 치룬다고!"
난 보살님의 뒤에서 지켜봤기에 말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 목소리가 왠지 낮에 들었던 편안했던 목소리와는 조금 달랐음
아 저것이 빙의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대답을 얼른했음
"전 멍청한 놈입니다
어차피 이렇게 살다 갈 거면 조금이라도 더 알다가고 싶습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난 왠지 그때 잘만 하면 죽을 것 같았음
왠지 저 칼 2자루랑 언월도가 시퍼렇게 날이 발광하는 것을 본 것 같은 착각도 들었음
"네놈 애비 때부터 너무 업보를 많이 지어왔어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음기가 더 붙어버렸지.
그게 네 놈한테는 잘 된 일이었다.
양기가 그득한 놈이 그렇게 돌아 댕기는게 말이 안 되지.
벌써 홧불에 지글지글 지져서 뒤질 팔자라 그놈의 잡귀신 놈들을 따라다니는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지
그래서 네놈이 그렇게 역마살도 없이 싸돌아다녔어.
에이, 쯧쯧쯧.
박복한 놈 같으니라고."
대략 이런 말이었음..
기억은 안 나는데 보살님 말에 따르면
나는 양기가 음기를 짓누를 정도로 음양의 기운이 치우쳤었다고 함
이미 원래 같았으면 15살이 되기 이전에 불에 타 죽든 할 팔자였다고 함
다행히도 아버지가 영을 쫓아 다시는 분이셨기에 나 또한 영을 쫓아다녔고
덕분에 몸을 채운 양기가 음기에 의해 수그러들었다고 하셨음
대략 난 그렇게 알아들음
음양오합, 나 또한 내 체질을 알기에 그분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음
난 그때 침을 삼키면서 사람의 침 삼키는 소리가 그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 뒤에 바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음
덕분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을 수 있었음
"이 업을 떨쳐낼 방도는 있습니까?"
"없어! 네놈이 지고 가야 된다.
네놈 자식년놈들에게나 물려주기 싫으면 무당 마누라나 하나 휘어잡고 살아!
괴강살은 쉬이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내림굿이든 씻김굿이든 무당 하나만 데리고 살아!
네 자식놈들은 삼신할매가 점지해주실 터이니"
터줏대감의 말씀이실까 싶어서 나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음
정말 빙의가 되신 걸까 싶어서 난 조심스레 불러봤음
"보.. 보살님?"
근데 아무런 대답도 없는 거임
하.. 근데 중요한 건 가까이 다가가서 물어볼 엄두가 안 난다는 거임
게다가 아까부터 바람은 스산하게 불어오고 귀뚜라미 우는소리도 안 들렸음
다시 말하지만 이런 상황은 가끔 있음
영가를 쫓아다니고 무속인 분들을 쫓아다니다 가끔 흉가 같은 데라도 가면 이런 기운이 흐름
정말 말 그대로 귀신이 나올법한 분위기라는건데 막상 귀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임
이쯤 되면 나도 오기가 생기는데 오늘따라 그런게 없었음
뭐랄까..
내 앞에 터줏대감이라는 큰 신이 계시다 보니 안정이 됐다고나 할까
"이 몸이 내림을 받기 전에 수많은 사람이 변덕으로 죽어갔다.
지금까지 음기가 그득한 이 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이고 있길래
일 년에 3번씩 넋을 기린다
너무 억울하게 죽었어."
과거에 돌아가셨던 그분들..
그분들의 기운이었구나 라고 생각했음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먹자 나는 왠지 으슷하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음
자기 뜻도 아니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지금까지 살아오셨을 보살님
오죽하면 수맥이 흐르는 곳에 무당집을 짓고 음기를 온몸으로 막고 계셨겠음
신의 힘은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움
인간의 마음대로 하기도 힘든 것이 신력임
그렇기에 무당도 잘해봐야 맞추는 확률은 70% 정도 밖에는 안됨
그런데 대신을 가지고 신력을 그렇게 쓰시려 하시니 왠지 그분의 어깨가 축쳐져 보였었음
여튼 보살님은 들고 계시던 언월도를 내려놓으시면서 말했음
"내가 죽으면 이곳은 허물없이 쓰러져 버려 밑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네놈도 풍수는 익히고 있으련다?"
"아.. 예.."
"이 산은 음기가 너무 강해
필시 터줏대감을 내가 받아들여 더 이상 일이 안 불거지지만 내가 죽고나면 다시 산의 정기가 밑으로 뻗친다."
음기, 산의 기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반대쪽 지형을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야 함
즉, 강의 물줄기가 구불구불한 이유가 그거임
한쪽이 튀어나오면(양의 기운)
다른 한쪽은 들어가야 함(음의 기운)
그렇게 해서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만 물이 잘 흐름
그렇듯이 산 또한 마찬가지임
"안 그래도 읍내에서 알아봤습니다.
군사무소에서 말하기를 내 후년 이후로 저곳에 터널을 뚫는다더군요."
"산이 마주 보고 있노라 저 반댓산을 뚫으면 필시 사람이 죽어 나갈게야
저 산이 돌산인지라 양기가 흐르지만 이곳은 터줏대감께서 한때 노하셨던 곳인지라 음기가 저곳과는 필시 비교가 되덜않을터인데
네놈이 뭔 재주로 고것을 막겠다고?"
"글쎄요... 보살님 만큼은 아니라도 저도 부적은 좀 쓸 줄 압니다."
"부적? 부적으로 음기를 막아보겠다고?
네놈이 뭐길래 부적으로 음기를 막아!?"
"제가 아는 무속인분께 받은 경면주사가 있습니다.
(부적을 쓸 때 쓰는 붉은 돌가루, 기름에 개어서 씀)
그리고 기름도 있구요.
물론 그 무속인 분께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특별한 기름과 경면주사입니다.
제가 쓸 일이 있을지는 몰라서 집에 잘 모셔두고는 있습니다만..
어떻게 그걸로는 안될까요?"
"하하하하! 내가 역시 보는 눈은 있구나
역시 네놈이 귀인이었어! 귀인!
네놈이 살면서 별별 해괴한 일을 다 겪고 범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다.
네놈은 그래도 평범하게 살려고 하겠지
눈깔이고 귓구멍이고 콧구멍이고 나발이고 네놈은 평범하기가 그지없어.
네가 전생에 지은 선행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있다
여기고 앞으로도 그리 살 거라."
이게 보살님과의 마지막 대화였음
보살님은 저 긴 대화 도중 한 번도 얼굴을 보이시지 않으셨음
아마 평범한 얼굴은 아니었을 거라 상상해가며 그날 밤을 지내고 다음날 집으로 가서 택배로 얼른 부적을 쓸 도구를 구분께 보내드렸음
아무래도 이 일은 구분께서 마무리 지으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기 때문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내 인생에서 특별한 일이었고 기억되는 일 중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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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만 무당이란 것이 위험한 것임을 말한다.
그들은 귀신은 물론이요 신을 받드는 자들이며
그들을 사칭하는 졸렬한 잡무리들 또한
보통 사람과는 다름을 말한다.
당신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다
말할지라도 영은 항상 당신의 주위에 맴돌며
당신에게 붙어있다.
귀신이란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그것을 보고 느끼는 자들이 당신들과
멀리 있기에 그것 또한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
그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경외감과 그들에 대한 애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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