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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본문

공포/이무이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daengo 2020. 5. 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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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살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날 밤이었다.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관 벨이 울렸다.

 

밤에 우리 집을 찾아올 사람이 없었기에 의아했다.

 

"누구세요?"

 

라고 묻자

 

"죄..죄송합니다.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느낌으로는 40대 정도..

 

묘하게 벌벌 떠는 느낌이 이상했다.

 

"누구세요? 혹시 엄마 아시는 분이세요?"

 

"모.. 모릅니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길을 잃어버려서.. 그래서..."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인터폰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누굴까 하고 현관 옆 창문으로 봤다.

 

창문 너머로 본 여자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목소리는 40대였는데

밝게 염색한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밝은 초록 블라우스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분명 이상한 사람이 틀림없다.

 

엄마에게 밖에 있는 사람이 이상하기에 

절대 열어주면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엄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비가 저렇게 많이 오는데 우산도 없이 걸어왔다는

 사람을 어떻게 그냥 보내니 우산이라도 빌려드리렴"

 

그날은 확실히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의 모습을 봤기에

엄마의 친절을 원망했다.

 

나는 우산을 가지러 베란다로 가고

엄마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엄마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어서 돌아가! 돌아가라고!"

 

평소 엄마의 고함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웠다.

 

현관으로 가니

여자가 체인 걸린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고

엄마는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나는 곧바로 현관으로 갔고

나까지 합세해서야 겨우 현관을 닫을 수 있었다.

 

"엄마,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니 괜찮아.. 무서웠지.. 얼른 자자"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현관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나는 너무 위축되어 울면서 경찰에 전화하자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침착하게 일단 지금은 무시하고

계속 그러면 경찰을 부르자 라고 말하며

신경 안 쓰는 것처럼 잘 준비를 하셨다.

 

쾅! 쾅! 쾅!

 

이윽고 현관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

 

30분 정도 지나자 소리가 그쳤다.

 

너무 시끄러워서 이웃집에서 나온 것 같았다.

 

현관 너머로 이웃집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대로 잠들었다.

 

이후 같은 일은 없었기에

엄마는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으셨고

그렇게 하룻밤의 해프닝으로 기억되었다.

 

몇 년이 지나고..

 

도시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여

엄마를 떠나 혼자 살게 되었다.

 

자취방에서 첫 날

 

엄마와 통화하는데 문득 그 날 일이 생각났다.

 

"엄마, 그날 무서워서 진짜 많이 울었던 것 같아

 괜찮을까? 자취하는 거?"

 

그러자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날 네가 너무 무서워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 정말 이상했어

 

 빗속을 걸어왔다고 하는데

 비에 전혀 젖지 않았어

 

 그리고 왼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고

 게다가 그 사람 남자였어"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 왜 경찰 안 부른 거야?

 경찰을 불렀어야지"

 

"경찰 불러도 바로 도망갈 것 같아서 그랬지

 이미 여자 둘이 사는 집인 게 알려졌는데

 괜히 경찰 불렀다가..."

 

분명 그때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 공포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와 통화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앞으로 문단속을 잘해야겠다.

 

자취 첫날부터 왠지 무서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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