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할머니 (퇴마 에피소드 5) 본문
난 군대를 조금 늦게 간편이었어.
아주 조금..
나랑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고참이 있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어렸더랬지..
원래 바로 위 고참이 무섭다고들 하는데..
나한테 참 편하게 잘 해줬어..
그 친구는 고참이고 나는 형이고..ㅋ
전역 후에 우리는 아주 가까운 친구로 지냈어..
전역하고 몇 년이 흐른 뒤, 한 번은 그 친구 휴가에 맞춰 함께 그 친구의 고향에 내려가기로 한 거야..
그림쟁이가 남는 게 시간이잖아..
덕분에 풍경 사진도 찍고 말이지..
몇 달 전부터 미리 약속을 해놨었는데..
출발 전날 갑자기 친구가 같이 못 가겠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는 거야..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다고.. 미안하다고..
알았다고 했지만 많이 섭섭했지..
날 안 데리고 가는 거 자체가 섭섭한 건 아니었고..
이해해 줘야지 친군데..
그냥 놀거리가 없어진 게 아쉬웠던 거 같아..
근데 정말 좋은 친구라는 게..
내 표정을 금방 읽어서 일까?
할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너 잘 못 챙긴 거 같다고 그래도 같이 가고 싶음 가자고 하더라고..
나 룰루랄라 했어 ㅋㅋ
버스로 5시간을 넘게 달려서 터미널에 도착한 뒤, 또 시외버스로 한 시간 가량을 가야 했지..
집 마당에는 개랑 닭을 키우고 있었고
마당에서 바다가 환히 보이는 운치 있는 곳이었어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과일 내주시는 거 맛나게 먹고 나서 그 친구는 부모님을 1년이나 못 뵌 지라 상봉의 시간을 좀 갖게 해주고 바닷가를 돌아다녔지..
친구의 여동생도 외지에 나가 있던 터라 내게 여동생 방을 쓰게 해주셨는데..
확실히 그놈아 방이랑 냄새부터 다르더군..
아! 향기로워라!!
원래 내가 좀.. 뭐랄까?
아직 동심이 남아있다고 해야 하나?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가거나 시골집 같은 그런 곳에 가면 괜히 설레어서 잠을 못 자 ㅋㅋ
12시까지 친구랑 놀다가 각자 방으로 헤어졌는데
잠이 안 와서 뒤척이고 있었지
내일은 어딜 가보지? 궁리하면서..
근데 내 방 아닌 다른 방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옛날 시골에는 미닫이문도 많았었잖아..
드르륵 소리와 함께..
누군가 마당으로 나가는 것 같았어..
마당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마구 짓더라고..
주인을 보고 짖다니.. 개만도 못한 자식!!
개가 짖으니 닭들도 깨어나서 푸더덝 거리고..
그리 오래 그런 상황이 지속된 게 아니라서 별 신경 쓰지 않고 잠이 들었지..
이른 아침에 마당에서 외치는 소리에 놀라 눈이 떠졌어..
"아이고~ 여보 얼른 나와봐요.. 아 빨리요~!"
친구 어머니의 목소리셨어..
다른 방에서 친구 아버지, 친구로 추측되는 발소리가 들렸고..
이내
"아따 뭔 일이여? 이것이.."
라는 한탄 섞인 아버니 목소리가 들려오더라고..
무슨 일인가 해서 방문을 조금 열고 마당을 내다봤는데..
닭장 앞에 닭 한 마리가 죽어있는데 처참하더라고..
목은 거의 다 뜯어져 나가서 달랑달랑 거리는 상태에 털도 죄다 뽑혀잇고 배는 갈라져 있는데..
내장은 밖에 나와 흐트러져 있고...
순간 마당에 서 있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고 친구는 그냥 들어가 있으라는 손짓을 내게 하더군..
햇살 좋은 아침을 맞이하기엔 너무나 찝찝한 사건이었지만..
난 아침밥을 얻어먹은 후 금세 친구와 룰루랄라 바닷가를 돌아다녔지..
아마도 내 머릿속에 닭의 뇌가 이식된듯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밤이 찾아왔어..
그날 밤도 여지없이 늦은 밤에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어..
근데 곧 다른 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당탕탕 몸싸움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고..
"하이고 어무니.. 정신 좀 차려요.. 네?"
아버님의 목소리셨지..
"놔.. 이거 놔.. 배고파... 배고파... 놓으라고!!"
곧이어 친구 어머님의 못 살겠다는 한탄 섞인 울음소리도 들려왔고
친구의 목소리도 들려왔어..
보진 않았지만 대충 짐작은 가더라고..
치매? 아니면 미치신 건지..
암튼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할머니와 그걸 저지하려는 가족들의 몸부림..
다음날이 되어서 친구가 내게 얼굴을 붉히면서 이야기하더라고..
한 일주일 전부터 할머니가 이상해졌다고 하더라..
갑자기.. 흙을 주워 먹질 않나..
마당에 있는 나무껍질을 손톱으로 긁어먹질 않나..
그때까진 그냥 치매인가 보다 하고 더 잘 살펴드려야겠다 했는데 어제 심지어는 산짐승을 잡아드신 거였어..
난 가까이 가지 못해 자세히 못 봤는데..
닭을 꽤 많이 뜯어 드셨나 봐..
놀러 왔는데 못 볼 꼴 보이고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사내자식이 눈물을 훔치더라고..
그러고 보니 예전에 들었던 게..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할머니 손에 거의 자라다시피 했었더랬어 내 친구..
그 눈물이 그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고 내 친구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겠더라고..
하지만..
난 룰루랄라 했어..
카메라 들고 동네 작은 산에 올라 사진도 찍고..
꽃잎도 따서 빨아먹고..
풀이 죽은 채 나를 따르던 친구 왈..
"야 그거 먹는 거 아니야.."
퉷퉷
마지막 날 밤..
당연히 난 오늘도 뭔 일 있겠구나 했는데..
아니나 달라?
이번엔 문이 열리더니 무슨 스뎅 긁히는 소리가 나는 거야..
친구 부모님, 친구도 당연히 안 자고 기다렸나 봐..
드르륵 드르륵..
문 여는 소리들이 나더니..
여지없이 어머님의 한탄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몸싸움하는 소리도 들려왔어..
그러다가 뭔가 쨍그랑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지는 소리도 들리더라고..
안 되겠다 싶어 나도 문을 열고 나가봤어..
이미 얘기도 다 들은 터라..
정신이 나가셔서 인사도 못드린 처음 뵙는 할머니가
글쎄...
요강을 들고 그걸 마시려고 했나 봐..
아버지랑 친구는 할머니를 붙잡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눈에 요강만 들어오는지..
한 손을 뻗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요강을 잡으려고 발악을 하시더라고..
"놔~!! 놔!! 목마르단 말이야.. 놔!!!"
라고 외치시면서..
그러다가 나와 눈 마주친 할머니..
정말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대는 거야..
"저거 뭐야.. 저거 왜 있어... 꺄아악~!!"
그러더니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셨을까..
아버님과 친구를 한 번에 내동댕이 치시곤 나한테 달려들더니 내 머리채를 붙잡으시더라고..
근데 그때 얼핏 보았어..
나도 사람한테 씌인 귀신이랑 사람 얼굴이 중첩돼서 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나이는 중년쯤 돼 보이는 건장한 남자 얼굴이 보이더라고..
사극 보면 감옥에 갇혔거나 망나니 역할 같은 거 할 때 쓰는 가발..
그런 것 같이 머리는 장발에 푸석푸석했고 수염도 드문드문하지만 길게 나있었지..
뭐 더 얘기할 필요도 없잖아..
이건 내 친구가 사랑하는 할머니가 아닌데.. 나도 같이 머리채를 잡았어..
정말 불같이 화가 나서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지..
"너 뭐야.. 너야말로 여기서 뭐 하는 건데.."
힘이 어찌나 세던지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대했다간 큰일 나겠는 거야..
그래서 잡은 머리채를 할머니 방 안쪽으로 내동댕이 쳐버렸어..
순간 아버지가 내게 달려드시는 게 보였는데..
내 친구가 아버지를 잡아주더라고..
친구는 원래 귀신을 안 믿었어..
내가 귀신 본다는 이야기를 하면 시크하게 "미친놈" 이러면서 웃어넘기던 놈이었거든..
근데 이상한 정황도 있고 나를 정말 믿어주는 친구여서 순간 느꼈었나 봐..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내동댕이 쳐져 있는 할머니 방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글쎄..
그 좁은 방안을 족제비 마냥 막 뛰어다는 거야..
벽까지 타면서..
무술영화 보면 주인공들 벽 밟고 돌려차기하잖아
그런 식으로 벽이랑 바닥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막 지르더라고..
"하지마.. 오지마.. 나한테 왜 이래.."
그러면서..
할머니 잘 걷지도 못하는 노쇠하신 분이었나 봐..
그냥 보기에도 외모는 그래 보이고..
그래서였나.. 아버님 어머님도 넋이 나간 채 내 행동을 저지하시지 않으시더라고..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할머니 머리채를 다시 한번 낚아채고 억지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서 눈빛을 마주쳤어..
그리고는 노려봤어.. 그러고는
"너 나와!!"
딱 그 한마디만 했어..
갑자기 할머니 몸이 축 처지더니 쓰러지시더라고..
잽싸게 몸을 받쳐드렸어..
그제서야
"아이고 어무니"
하면서 아버님이 달려오셔서는 내게 안겨있는 할머니를 넘겨 받으신 거야..
"거지같이 푸석푸석한 긴 머리에 수염도 듬성듬성 난 아저씨 아세요?"
아버님 어머님이 동시에 입을 여시더라..
"춘섭이?(가명)"
"아는 분이세요?"
상황이 진정되고 할머니는 곱게 잠이 드셨어..
어머님이 과일을 깎아 내주시면서 입을 여시더라고..
아버님하고 친구도 같이 있었고..
어머님이 해주신 얘기야..
할머니에게 죽마고우 같은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 할머니에게 외동아들이 있었대..
내 친구 아버님한테도 형님 형님 잘 따르던 분이셨데..
게다가 그 시골에서 그 나이에 대학까지 나오셔서 읍내에 나가는 공무원이었고 사람도 참 성실하고 그랬다고 그래..
친구 할머니랑 그 아들분 둘이서만 오래 살아서 특히 모자지간에 정도 더 깊었더라는군...
근데 그 친구 할머니가 갑작스레 돌아가시더니 그 아들이 직장도 그만두고 미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대..
어머니를 잃은 아픔이 컸나봐..
밥도 줏어먹고 다니고..
워낙 친한 친구 아들인데다가 아들(내 친구의 아버님) 하고도 어릴 적부터 친했던 사이니 할머니께서 그냥 두고 못 보신 게지..
어머니의 친구인 것도 몰라보는 듯했지만 매일 같이 불러서 마당에서 밥 먹여 보내고..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가 비명을 질러서 나가보니..
그 춘섭이 아저씨라는 분이 애지중지 키우던 진돗개를 잡아먹고 있더래..
그것도 날로..
원래 진돗개 말고 한 마리 더 있던 게지..
그 모습을 보신 할머니는 기겁을 하면서 빗자루로 춘섭이 아저씨를 마구 때렸고 내쫓아버렸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라고..
썩 꺼지라고..
사랑하는 손자(내 친구), 손녀가 다 외지에 나가있어서 할머니는 그 진돗개 두 마리를 각각 손자, 손녀 이름으로 불렀다나봐...
아무리 아끼는 친구 자식이었지만 키우던 개들도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던 게지..
그래서 놀라움도 크셨을 테고..
그 이후에 그 춘섭이 아저씬 발길을 끊으셨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자기 집 앞마다에서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해..
할머니는 그 춘섭이 아저씨 장례식에 다녀온 후로 이상 증세를 보이셨고..
근데 더 슬픈 얘기는..
그 춘섭이 아저씨가 미친 이후에도 친구 할머니에게 어무니 어무니 그렇게 불렀다더군..
그날 오후 내가 떠나오기 직전에야 눈을 뜨신 할머니는 나를 보시며..
"야는 누구 당가?"
라고 물으셨고 손주 친구라는 말에 내 손을 만지작 만지작 하심과 동시에
"우리 강아지 친구라 그런지 야도 잘생겼구먼"
이런 달콤한 멘트를 나리며 웃어주셨어..
아버님 어머님은 떠나는 내게 굴이랑 몸에 좋은 해산물들을 바리바리 싸주시며 또 놀러 오라고 몇 번이나 아쉬운 인사를 하셨고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할머니도 건강하게 잘 지낸 신다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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