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고시생이 안경을 주운 후 일어난 무서운 일 2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본문
그 순간 나는...
일단 일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어
분명히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꽂아둔 채로 옷걸이 걸어놓고 잤는데
옷걸이에 내 옷이 하나도 없는 거야 ㅠㅠ
어거 뭐야..
이불도 싹 다 없어지고 옷도 없어지다니..
갑자기 말도 안 되지만 누군가 올드보이의 유지태처럼 날 여기 노량진 고시텔에 가두고 음모를 꾸미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창문 밖으로 도움을 요청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민폐일 거 같은 느낌에 일단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봤어..
아니 그런데 시계가.
12시..
정확히 12시 00분
아니 이게 ㅋㅋ 말이 안 되는 게 내가 오락실에서 그 막상막하의 상대와 게임하다가 동전 없어서 나오던 때가 11시 30분인데...
다른 때엔 시간을 확인 안 했어도 그때의 그 시간만큼은 또렷이 기억나거든
그다음에 집에 왔다가 다시 오락실 갔다가 집에 와서 오토 켜놓고 잠들었는데
내가 그 오락실에서 나온 지 30분 밖에 안 지났다고?
아니 ㅋㅋ 이건 진짜 말이 안 됨
어이가 없어서 시계를 잘 들여다 보는데
아..
내가 시력이 안 좋아서 잘 못 본 거네..
시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확히 12시 00분 00초에서
시침, 분침, 초침 다 멈춰 있음..
아 진짜 한없이 오싹함 돌아버릴 거 같아.
진짜 이쯤 되면 거의 이성을 잃는 수준..
민폐고 뭐고 창문에 고개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려는 내 입에서 저절로
" 아... SI... BA.."
하는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옴
여기는 분명 노량진..
좁은 지역에 인구밀도가 아주 높게 오밀조밀 사람들 다 뭉쳐 있어..
지금이 몇 신지는 몰라도 이 시간에 불 켜진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돼..
지나다는 사람 역시 0명일뿐더러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무엇보다도 밖의 풍경 또한 내 방 안 풍경처럼 빛이 아예 없어..
전부 다 회색.. 형체들만 잘 보이고..
말이 안 돼.. 진자 이게 무슨 상황이야?
이거 꿈 아님?
근데 너무 생생함..
아 그래도 이건 꿈일 거야..
진짜 이건 그냥 꿈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어..
어쨌든 꿈이라고 생각한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어
근데 침대가 하나도 안 푹신푹신 한 거야...
뭔가 딱딱하고 불편...
그래 그래봤자 이건 꿈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그 상황에서 침대에 다시 가서 누운 다음 눈을 감았어
아니 정말 너무 고요함..
소리 하나 안 들림..
이때 잠을 잘 때 뭔가 이불 같은 덮을 게 없다는 게
이렇게 소름 끼치고 무서운 것인 줄 처음 깨달았어..
눈을 감고 이건 꿈이니 이대로 자면 깨어나겠지
싶어서 눈을 붙였어
???
아니 감각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시간 1분 1초가 가는 게 너무 리얼하게 느껴졌어..
잠도 잘 안 오고 무엇보다도 이불이 없어서 약간 춥고 침대가 푹신하지 않고 딱딱하단 촉감까지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야...
갑자기 또 한없이 뭐가 무서워짐...
눈을 못 뜨겠어..
차라리 그냥 뭔가 귀신같은 거라도 팍 튀어나와서 날 기절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아놔.. 영화나 만화 그런 거 보면 주인공들이 깜놀깜놀하는 장면 나오면 픽픽 쓰러지고 기절하고 의식 놓고 하더만
아 현실은... ㅠㅠ
사람이란 의외로 기절을 잘 안 하는 동물인가 봐..
아 진짜 그냥 맘 편히 기절하고 싶은데ㅠㅠㅠ
너무 무서웠음...
눈을 꼭 감고 이건 꿈이다 꿈이다 하다가 그럼 너무 무서워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다가 에라 모르겠다 야한 생각을 했음...
오 이거 좀 괜찮은데..
무서울 땐 야한 생각이 직방인 듯
근데 나 변태 아냐ㅠㅠ
너무 무서워서 제정신으로 있기 힘들어서 그랬어 ㅠㅠ
그렇게 야한 생각을 하니 좀 괜찮긴 한데 역시 상황은 너무 무섭고
그냥 눈을 꼭 감은 채 야한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어..
나중엔 뭐 영화나 애니, 게임 생각도 하고 유행하는 가요의 가사를 되뇌어보기도 하고
그냥 온갖 잡생각을 다 했어..
지금 현실을 쫓을 수 있는 생각이라면 뭐든 했음..
그러다가 잠들었어ㅋ
역시 나퀴벌레의 생존력은 좀 쩌시는 듯..
자다가 일어나니 오토는 역시 돌아가다 멈춰서 내 캐릭터는 처절하게 죽어있고
이불 베개는 제대로 다 있고
옷도 있고 문고리도 잘 돌아갔어..
역시 꿈이었나 ㅋ
근데 두 번 다신 꾸고 싶지 않은 꿈이었어..
그렇게 실감 나고 생생했던 꿈은 처음이었거든
뭔가 생각나서 머리맡에 안경을 보니 안경도 제대로 잘 있어
에이 꿈이었네~
하고 생각하며 시계를 본 순간
히익!!
오늘 세계사 강의 10시 30분 시작인데
무려 10시 45분...
그나마 학원 바로 앞이라
난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대충 세수에 뻗친 머리 정리만 하고
옷 팔딱팔딱 입고 안경 쓰고 집을 뛰쳐나왔지..
노량진 잠깐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텐데
고시촌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학원이야
근데 그 횡단보도가 매우 짧아
10미터? 아마 10미터도 안 될 듯...
매우 짧은 횡단보도인데 문제는 여기 교통량이 상상을 초월하거든...
그 짧은 길인데도 불구하고 차가 엄청 많이 다녀..
그래서 보통 그 짧은 횡단보도임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은 꿈도 못 꾸는데..
다행히도 차가 없었어..
나는 바람처럼 빠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무단횡단을 했지..
근데 그 순한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빠앙!!!
소리와 함께
"야!! 너 미쳤어!!"
하는 할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어..
어 뭐지?
하고 소리 난 쪽을 돌아보는데
진짜 농담 안 하고 그 거대한 초록색 버스가 내 바로 앞에 똭 있는 거야..
뭐지? 분명 아무것도 없는 거 보고 뛰어나간 건데?
운전기사 할아버지가 버스 안에서 온갖 걸걸한 욕설을 퍼부으시는데
내가 학원이 바쁜 지라 일단 죄송의 표시로 짧게 목례만 하고 학원으로 뛰어갔어
이때까지도 난 그 주운 안경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어..
그저 내가 등시니 같이 정신 놓고 다녀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학원에서 난 이 안경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결정적인 일을 겪게 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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