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괴담이야기
고시생이 안경을 주운 후 일어난 무서운 일 5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본문
그런데 사실 찾아간 것도 그냥 한 방에 찾아간 게 아냐
몇 가지 자잘한 일이 있었는데 한 가지만 풀어볼게..
역에서 내려 택시 타고 할머니 사시던 그 만수동 골목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
그 아저씨가 좀 우락부락하시긴 했는데 매우 친절하시고 한참 아랫배인 내게도 공손하게 존대어 쓰시며 잘 대해 주셨어..
그런데 길 가다가 가끔씩 택시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시다가 '음?, 아. 어?' 이러시는 거야
가끔 차가 급정거 할 때도 있었어..
그러다가 갑자기 목적지도 아닌 곳에서 멈춰 선거야
아저씨는 태도가 돌변하더니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나한테 거긴 왜 가냐고 추궁? 하는 것이었어
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네?"
했다가 왠지 이 나이의 청년이 무당 보러 간다고 하기 좀 이상해서 할머니 보러 간다고 말했지
그랬더니 아까 그렇게 존대어까지 쓰시며 공손하던 분이 반말하고 화를 내시며 당장 내리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얼 타고 있는데 돈 같은 것도 필요 없으니 당장 나가라고...
처음엔 뭐야? 이 동네는 택시 아저씨도 신기가 있나?
올ㅋ 제대로 찾아온 거 맞는 듯?
돈도 안 내고 꽤 멀리까지 왔으니 좋구만 ㅋ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 같아
아무튼 여자 저차 해서 그 무당들 많은 거리에 도착했어..
한자로 卍 표시 되어있는 집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뭐 삐까 번쩍하게 천산신녀 어쩌고 이런 곳은 좀 안 끌리고
일부러 조금 허름한 집 중에 동자 어쩌고를 찾아갔어..
동자신이 씌였다면 어린애 연기는 쉽지 않을 거 아니겠어?ㅋㅋ
진짜 신내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나름 알아볼 재량으로 성대모사하기 어려울 법한 신을 모시는 곳으로 들어갔지..
사실 쓰니는 무당이니 점이니 이런 거 믿지 않음
진짜 용하다 미래 잘 알아맞춘다 이런 소리들을 해도
그럴 거면 복권 번호나 맞춰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냐?
이런 소리 하면서 다 비웃었음..
그런데 왜 갔냐고?
그만큼.. 그냥 절박했다고 해두자...
아무튼 갔더니 영 분위기가 별로..
본래 무당 같은 걸 안 믿는 내게 사기&구라러스한 분위기가 폴폴 풍겨왔어..
살집 좋고 욕 잘하게 생긴 그런 심술궂게 생긴 할머니가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우 가녀리고 빼빼 마른 40대 중반 정도의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던 거야..
그냥 보면 전혀 무당같이 생기시진 않았는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나를 심각하게 쳐다보던 그 아주머니가 하시는 말씀..
"씌였구만"
ㅋ
그런 말은 나도 함
솔직히 20대 후반 건장한 청년이 이 점집까지 온다면 당연히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어 왔을 것이니
당연히 첫 마디는
'귀신에 씌였다'
라고 하겠지!
그래도 그냥 웃겨서 뭐라하는지 지켜봤음
"하는 일이 잘 안되지?"
아주머니 ㅋㅋ
그 말은 대한민국의 20대 청년 모두한테 해도 [예]소리 들을 말인데요 ㅋㅋ
낭패감+실망감이 겹쳐져서 난 무슨 핑계를 대고 여기서 나갈까 궁리만 하고 있었지..
아.. 잘못 골랐네..
그렇게 무슨 핑계를 대고 나갈까 눈알만 굴리며 대답도 안 하고 있던 내게 그 아주머니가 물었어..
"고민이 많은가 보구만
걱정하덜 말어
저 요망한 것만 내면 다 일 잘될 것이닝께"
아 네네 -_- 그러시겠죠
"그런데 학생이당가?"
내가 뭐 하는 지도 모르는 분이네
아놔 ㅋㅋ 잘못 왔어 ㅋㅋ
"네 그런데요"
그러자 급격히 -_- 식으로 식는 아주머니의 표정
돈 없는 거 눈치채셨나요?
나도 님이 사이비라는 거 눈치 챘거든요 ㅋㅋㅋ
"후.. 뭐 그래 학생인디 여까지 오느라 수고했구만
학생이고 고생했고 한 거 같으니께
내가 이거 부적 특별히 7만 원에 써줄게
원래 10만 원 짜린데
학생이라 싸게 받는 거야"
아 됐거든요?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부적은 됐고요 복채만 낼게요"
내 피 같은 돈.. 이렇게 꽝에 한 번 걸릴 때마다 출혈이 생기는구나..
아오 내 4만 원 하..
피방과 오락실과 만화방에서 하루 종일 실컷 세상만사 다 잊고 놀면서 먹을 것까지 초호화 치킨 고기 이런 것만 쳐묵쳐묵 하고도 남은 법한 돈인데.....
내 4만 원이 이렇게 허무하게...
하...
여기 점집이 겁나 많던데
여기서 대체 꽝이 아닌 집을 어떻게 가려내지?
짜증도 나고 낯선 분위기에 영 적응도 안 되고 해서 지갑을 꺼내다가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안경이 툭 떨어진 것이었어...
아오.. 봐도 봐도 정이 안 가는 안경..
근데 그 안경이 떨어지자
-_-의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심각한 얼굴로 확 바뀐 거야..
"저게 뭐야?"
"네?"
"분명 저게 뭐냐고 묻지 않았나?"
안경인데?
설마 안경인 걸 모르는 건 아닐 테고..
뭐지? 뭔가 보이는 건가?
왠지 이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 같은 게 생기는데..?
난 다시금 확인해보기 위해 지갑에서 4만 원을 꺼내 건네주며 말을 걸었어..
"여기 4만 원이요
근데 방금 뭐라고 하셨죠?
저거 뭐냐고 물으셨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내 어깨를 확 잡아당기며
"쉬이이이이잇!"
하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로 입술에 손가락을 댔어
오호 이제 뭔가 조금 그럴싸해 보이는데?
뭔가 무당 아주머니에게 급 신뢰감이 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차 무당 아주머니에게 대뜸 물어봤어..
"왜 그러세요?
저 안경에 뭐 특이한 점이라도 있나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화들짝 놀라며 내 등을 치려다 그마저도 안되어 시늉만 하면서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 시작했어
아마도 내가 조용히 하라는 그 말을 안 들어서 그런 듯..
마치 바로 옆에 호랑이가 있고 둘이 풀숲에 숨어있는데 내가 "어 저게 뭐예요?" 하면서 소리를 낼 때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 같았어..
아니 근데 뭐냐고요
왜 그러는지 이유라도 알려주셔야
내가 조용히 하든 말든 하지..
"왜 그러세요?
설마 저거에 뭐 귀신이라도 씌인 건가요?"
그러자 그 무당 아주머니는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는 듯이
표정을 마구 찌푸리며 두 손을 마구 흔들며 입모양으로만 말했어
그 과장된 몸짓과 입모양을 보니 소리는 내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의 입모양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
"아니여! 아니여! 그런 것이 아니여!"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뭐지?
난 재차 물어봤지..
"그럼 뭔데요?"
내가 또다시 소리를 내자 그 아주머니는 뜨악! 하는 표정을 짓더니 급기야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어
모르긴 몰라도 그 얼굴 자체가 뭔가를 심하게 무서워하고 있단 것만은 알 수 있었어..
그 눈물로 범벅 되어 덜덜 떠는 얼굴이 심하게 공포와 두려움에 물든 것이라
보는 내가 다 소름이 끼치더라고...
대체 뭘 이렇게 무서워하는 거지?
그제서야 난 이게 뭔가 장난이 아니구나를 깨달았어..
무당 아주머니는 그 상태로 탁상 위에 올려져 있던 그림을 북 찢으시더니 엎드려서 그 찢은 뒷면에다 뭔가를 급하게 쓰기 시작했어...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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