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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이웃 (퇴마 에피소드 4) 본문

공포/네이트판 소름글

[네이트판 레전드 소름글] 이웃 (퇴마 에피소드 4)

daengo 2020. 4. 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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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마치고 우리 동네에 작업실을 하나 냈어

 

어머니가 어렵게 구해 주신 돈으로 보증금을 하고...

 

가끔 벽화 알바 같은 걸로 월세를 내고 있었지

 

내 작업실은 정말 조그만 3층짜리 빌딩에서 2층이었는데..

 

통창이 너무 맘에 들더라고..

 

벽의 3분의 2는 창문이었거든

 

바로 앞에 거리로 오가는 사람들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모든 게 마음에 들더라고..

 

근데 내가 4년 넘게 그 작업실에 머무르는 동안 1, 3층은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없었어..

 

집주인이 좀 괴팍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

 

한 3년째 세 들어 살 때였을 거야..

 

커플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왔는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새벽 두시쯤에 3층에서 쿵쿵쿵쿵 소리가 들리더라고..

 

이런 소리가 근래 들어서 종종 들리던 차라..

 

순간 내 안의 음란마귀가 잠시.. 스읍~

 

미안.. 난 어쩔 수 없는 놈인가봐;

 

난 원래 밤에 작업하고 낮에 자는 걸 즐겼어

 

물론 오르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한참 뒤에 계단을 누군가 올라오더군..

 

택배 아저씨더라..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서 문을 한참 두드리더니 그냥 내려오더라고..

 

열려있는 내 작업실 문을 두드리면서 하는 말이 택배를 맡아달라는 거야..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아 이상하네요.. 사람이 있을 텐데.."

 

라고 말하며 물건을 받아놓고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난 잠이 들었어

 

저녁 무렵에 깨어나서 씻고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계단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나길래 내다봤지

 

그 커플이 짐을 한가득 들고 올라오더라고..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세요?"

 

"네, 연휴라 고향 갔다가 지금 오는 길이예요"

 

응?? 이것은 말로만 듣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전부터 내가 인사치레로 시간 날 때 들려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라고 그랬었거든..

 

마침 요새 층간 소음도 문제라 부탁 좀 할 겸 내가 얘기를 꺼냈지..

 

"날도 후덥지근한데 괜찮으시면 내려오셔서 맥주 한잔하세요~"

 

"아 그럼 짐 좀 풀고 좀 씻고 내려와도 될까요?"

 

그러시라 대답하고 난 대충 작업실 정리를 했지

 

간단한 안줏거리도 만들고..

 

30분쯤 지나서 남자분만 내려오더군..

 

"아.. 여자 친구분은.."

 

"피곤하다고 쉬겠다네요.. 요새 이상하게 계속 피곤하다 그러고.. 아! 그리고 여자친구 아니에요.

 

 동생입니다.. 친동생"

 

"아.. 네"

 

잘 모르는 남자 둘이 하는 술자리라 어색..

 

따위의 단어는 내 사전에 없어..

 

일단 호구조사를 먼저 했지

 

고향, 나이에서부터 직업 기타 등등..

 

뭔가 공통분모가 있으면 대화 끌어나가기 편하잖아

 

근데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걸려들었지

 

과는 틀렸지만 나랑 같은 대학을 나왔던 거야

 

그 친구 여동생마저도..

 

동네가 학교랑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지붕 아래 동문이 둘이나 산다는 게 반갑더라

 

그 친구 선배형들이 나랑 또 아는 친구 사이였고..

 

덕분에 금세 친해졌지

 

그 친구는 당연히 날 형이라 불렀고..

 

일단은 편안한 기분으로 재난 수다들을 떨었지

 

술이 살짝 오르기 시작할 무렵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

 

일단 커플 아니라니까 내 머릿속에 이상한 상상은 지워버린 채..

 

"요새 밤마다 뭐해?

 

 가끔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서.."

 

"어? 그거 형이 그러시는 거 아니었어요?

 

 전 바닥 쪽에서 나길래 2층에서 나는 소린 줄 알고 있었는데.."

 

뭐야 이거 

 

2.5층이라도 존재한다는 거야?

 

해리포터의 8과2분의1 승강장...

 

뭐 이딴 생각까지 나더라고..

 

잠시 생각에 젖었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농담처럼 내던진 한마디..

 

"귀신인가?ㅋㅋ"

 

근데 그 친구 반응이 좀 재미났어

 

"어? 형도 귀신 믿으세요?"

 

믿지는 않고 본다 ㅋㅋㅋㅋ

 

좀 생뚱맞은 반응이었는데

 

뭔가 진지함이 묻어있길래 솔직하게 얘기해 줬어..

 

실은.. 내가... 

 

니 애비다... 가 아니라 본다고...

 

그랬더니 그 친구가 갑자기 너 잘 만났다 하는 표정으로 동생 이야기를 하는 거야..

 

동생이 원래 공부를 잘했대..

 

대학 들어올 때까지도 당연히 잘했는데..

 

졸업을 한 일 년 남기고부터 성적이 막 떨어지더래

 

공부를 안 하는 게 아니었는데..

 

뭔가 집중도 안 되고..

 

조금만 공부를 해도 피곤해지고 머리가 아프다고..

 

결국 지금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데

 

두 번인가? 이미 낙방하고..

 

포기는 할 수 없어서 계속하고는 있는데 왜 그런지 영문을 몰라 고민 중이라고..

 

순간 그 소음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냥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어지는 거 있지..

 

다행히도 이 친구 영적인 거에 대해 믿음이 있었고

 

또 동문 선배니까 불편함 없이 부탁을 하더라고..

 

"형.. 제 동생 좀 만나봐 주실 수 있으세요?"

 

내 오지랖은 여러분들도 이미 알잖아?ㅎㅎ

 

"밤이 늦었는데 지금 괜찮아?"

 

"아직 안 자고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똑똑똑

 

"은아야(가명).. 자냐?"

 

"아니"

 

"형 잠깐만 기다리세요"

 

먼저 방에 들어가더니 동생이랑 조잘조잘 대화를 하는 거야..

 

짧은 시간 동안 혀를 후르르륵 굴려서 내가 대학 선배더라.. 그리고 요새 너 일 안 풀리는 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런 식의?

 

동생도 흔쾌히 수락했고 난 방에 들어갔어..

 

햇빛이 잘 드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습한 기운이 맴돌더군..

 

"형 뭐 있어요?"

 

"아직 보이진 않는데.. 기운이 좋진 않다..

 

 일단 쉬어.. 나중에 또 들릴께.."

 

그렇게 내려와서 난 음주 가무가 아닌 음주 작업을 해 대었지..

 

2시쯤 되었나?

 

오늘도 어김없이 쿵쿵 소리가 들리더라고..

 

뛰어 올라갔어..

 

그리고 현관문을 거세게 두드렸더니 그 친구가 자다 나와서 문을 열어주더라고..

 

"동생방 열어봐 빨리.."

 

문을 열었는데..

 

동생은 작은 밥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던 중이었나 봐..

 

하얀 소복 차림의 여인네가 동생과 책상 주변을 원을 그리며 계속 기어 다니고 있는 거야..

 

20대 초반 정도 되는 외모였는데..

 

음.. 좀.. 뭐랄까..

 

이목구비는 예쁘장한데 날카롭고 표독스럽게 생겼더라고..

 

눈은 가늘고 찢어진..

 

아직 날 의식하지 못했는지 손바닥과 무릎으로 살살살살 기어 다니면서 중간중간에 한 손으로 바닥을 쿵쿵 내리쳐대고 있었고

 

얼굴은 동생을 바라보며 혓바닥을 내민 채 빙글빙글 돌려대는데

 

마치 저주라도 퍼붓고 있는 모양새였어..

 

다가가서 동생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자 그제서야 하던 짓거리를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더군..

 

"둘 다 나가있어.. 문 닫고.."

 

둘은 바로 대답도 없이 문을 쿵 닫으며 나가더라고..

 

그녀가 나를 노려보는데..

 

노려만 봤을 뿐이지.. 겁내하더라...

 

강아지들 꼬리 내린 채 뒤로 내빼면서 멍멍 짖어대는..

 

딱 그 꼬락서니더라고..

 

아주 그냥 내가 이냔 땜에 밤에 스트레스 받은 거 생각하면..

 

뺨을 한대 후려쳐야 하는데..

 

때려본 적이 없어서..

 

붕하고 허공질만 하게 되면 이냔이 더 기 살아서 덤빌 수도 있잖아...

 

가 아니라 여자는 때리면 안 된다는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서...

 

응..

 

나 여자한테 폭력 쓰는 남자 아니야..

 

절대로 주먹질로 맞짱 떠서 질까 봐 그런 거 절대 아니라고!!

 

암튼 계속 노려봤어..

 

엎드린 채 뒤로 슬슬 물러나더군..

 

입모양은 마치 으르렁 거리는 듯했지만..

 

분해서였나? 무서워서 였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더라고..

 

이쯤 되면 기싸움에서 이미 이긴 거나 다름없어..

 

경험이 말해주거든..

 

그녀를 구석에 몰아놓고는 뒤돌아서서 창문을 하나 열었지..

 

"네가 무슨 한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유 없이 애꿎은 사람 괴롭히는 거 아니다..

 

 나가!"

 

예전에 돌돌이 사건이랑은 다르게 이 귀신과 동생은 정말 아무 상관없다는 확신이 들었거든..

 

그냥 느낌이..

 

딱 그 한마디 던져놓고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예상대로 스르륵 창문 밖으로 기어나가는 소리가 들리더군..

 

그 남매는 무서웠는지 

 

두 주먹으로 자기네 입을 가리고 서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라고..

 

정말 귀여움ㅋㅋ

 

그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어..

 

"형.. 뭐가 있던 거예요..? 갔어요..?"

 

"응.. 괜찮을 거야 이제"

 

한 2, 3달이 지났나?

 

하루는 그 친구가 퇴근하는 길에 내 작업실에 들렸더라..

 

정말 환한 웃음으로 내게 말하더라고..

 

"형 붙었어요.. 제 동생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어요

 

 형 덕분이에요"

 

마침 우리 건물 1층이 당시 숯불닭갈비 집이었는데 자기가 소주 한잔 사겠다고..

 

내려가서 잔뜩 배불리 먹고 계산은 내가 했어..

 

먹고살기 힘들어도 동생한테 얻어먹는 건 성격에 안 맞거든

 

솔직히 두세 번 더 말리고 지가 낼 줄 알았음..

 

그 친구는 직업이 약사였고

 

나는... 나는...ㅠㅠ

 

 

출처: https://pann.nate.com/b31893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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