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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괴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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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괴담

[괴담] 귀신의 도움을 받은 어사 박문수

daengo 2020. 10. 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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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朴文秀, 1691~1756)는 어린 경상남도 가야산 기슭의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박문수는 5살 때 조부와 아버지를 잃고 병약한 어머니와 단둘이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박문수가 10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심하게 아팠고

 

박문수는 건너 마을에 있는 의원을 부르기 위해 마을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개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 고개의 중간에 참수당한 도적들의 시신이 묻힌 곳이 있어서 그 고개를 지나가면 안 좋은 일을 당한다는 거였습니다.

 

고개를 넘어 죽거나 실성한 사람이 많아서 사람들은 고개를 지나가지 않고 옆으로 삥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박문수는 어머니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었기에 마을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재를 넘었습니다.

 

겨우 술시(저녁8~10)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을사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뛰고 있던 박문수는 자신의 걸음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박문수가 멈추자 그이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박문수는 소름이 끼쳤지만 가까스로 용기를 내서 외쳤습니다.

 

"누구신데 남의 발걸음을 막는 거요..

 

이리 나와 보시요.."

 

박문수가 외치자 그이 주변을 수십의 귀신들이 포위했는데,

 

몸의 일부분이 없거나 목을 들고 있는 등 성한 모습이 없었습니다.

 

"클클.. 그놈 용기가 가상하구나.

 

보통 놈들은 우리가 조금만 장난쳐도 혼절을 하고 난리가 아니던데 말이다."

 

귀신 중 두목으로 보이는 귀신이 박문수에게 다가왔고 

 

박문수는 헛기침을 하고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갈 곳이 있을 터인데 왜 사람의 길을 막는 거요.

 

전 지금 급히 가야 할 길이 있으니 비켜주기 바라오."

 

그러나 귀신의 두목은 대답 대신 칼을 내밀었습니다.

 

"흥, 네놈은 보아하니 양반의 씨 같은데 너 놈을 내가 살려줄 것 같으냐."

 

"무슨.. 소리요.. 

 

양반이 뭐 어쨋다는 거요..

 

혹 관리들한테 죽은데에 앙심을 품은 겁니까.

 

하지만 그건 당신들이 죄를 지어서 그런 거 아니요."

 

박문수의 말에 귀신은 화를 냈습니다.

 

"누가 산적이라는 게냐..

 

우린 백정이다..

 

오랜 가뭄으로 우린 오래 굶었다.

 

그래서 관아에 바칠 고기를 좀 먹었는데 그 사또란 놈은 우릴 죽이고 산적으로 만들었다.

 

우린 억울해서 저승에도 못 가고 있는데..

 

그놈들은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지.

 

네놈도 양반의 피를 이었으니 네놈이라도 죽여야 원통함을 풀겠다."

 

박문수가 듣기엔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박문수는 귀신들에게 큰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이리 억울한지 몰랐소.

 

내 약속을 하리다.

 

내가 관리가 되면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하겠소이다."

 

"개수작 마라..

 

내 양반놈 말을 믿을 것 같으냐."

 

"그쪽이 믿든지 말든지.. 내 알바 아니오

 

하지만 저도 가난하게 살아서 당신들의 애환을 어느 정도 짐작은 가오.

 

내가 벼슬길에 오르자고 하는 것도 다 억울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돋고자 함이요.."

 

박문수가 똑바로 말을 하자 귀신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몇 걸음 물러나며 말했습니다.

 

"그놈 기세가 등등 하구나..

 

좋다 너 놈이 얼마나 훌륭한 관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믿어보겠다."

 

곧 귀신들은 사라졌고 박문수는 무사히 고개를 넘어 의원을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어머니마저 잃고 고아가 된 박문수였으나 박문수의 조부인 박장원의 사위인 경상도 부사 이광좌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서른 살이 되자 과거 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오는 도중 한 억울한 노파의 소송을 대신해 주는 일에 휘말려 몇 주간 지체했기 때문에 제 날짜에 한양으로 가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자는 시간까지 아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힘들어서 쉬고 있는데 한 초립을 쓴 동자가 말을 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소년이나 장가 안 간 남자들이 쓰던 풀로 만든 갓)

 

동자는 박문수를 보더니 대뜸 물을 달라고 했고 

 

박문수가 얼마 안 되는 물을 주자 동자는 물값 대신 박문수를 자신이 가는데 까지 태워준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아깝던 박문수가 동자와 함께 있는데 동자가 말을 걸었습니다.

 

"선비님은 어디까지 가십니까?"

 

"난 과거를 위해 한양까지 간다네"

 

"무슨 말이신지 과거는 벌써 끝났습니다만.."

 

"뭐라고? 며칠 남지 않았나.."

 

"착오가 있으셨나 봅니다.. 

 

전 이번 과거 시험의 과제 글과 장원한 글까지 외우고 있답니다."

 

과거가 끝났다는 말에 박문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늦기로 각오한 것.. 장원한 글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 과제 글과 장원한 글귀는 무엇인가?"

 

"과제는 낙조(落照)고 운자는 산(刪)자로, 장원한 글은 이렇습니다.

 

떨어지는 붉은 해가 푸르른 산에 걸릴 때,

 

외로운 까마귀 흰구름 사이로 가는구나.

 

동산에서 풀 뜯는 소 그림자 커다란데

 

망부석 눈물 어린 여인은 고개를 숙였도다.

 

갈 길은 묻는 나그네 채찍은 급하고

 

깊은 절 늙은 스님 지팡이가 한가하구나.

 

고목 사이로 푸른 연기 서리는 계서리에~...

 

이런 소생이 아둔하여 마지막 구절을 잊었군요..

 

하지만 훌륭한 시조가 아닙니까"

 

"그렇군, 아주 훌륭한 시네..

 

누군가? 이런 명시를 지은 사람은?"

 

박문수의 질문에 동자는 피식 웃더니 말을 했습니다.

 

"곧 아시게 될터입니다..

 

단! 남은 절대 아닙니다.

 

이제 저는 갈길로 가야 하니 선비님과 헤어져야겠습니다."

 

"아. 알았네.. 신세를 져서 미안하구만.."

 

"미안 하실 것 없습니다.

 

이렇게 안 하면 그놈들이 갈길로 안 간다고 어찌나 성환지..

 

선비님이 꽤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럼.."

 

초립동자는 이상한 말을 하며 피리를 부르며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피리 소리를 들으며 얼이 빠져 있던 박문수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자 박문수의 눈 앞에 큰 성문이 보였습니다.

 

박문수는 성문을 지키던 사라들에게 물었습니다.

 

"여긴 어딥니까?"

 

"어디긴 어디요. 한양이지.."

 

"예.. 한양이라구요?"

 

잠시 말을 얻어 탔는데 한양이라니 박문수는 어리벙벙했습니다.

 

"거 보아하니 과거를 보러 온 선비 같은데 조금 있으면 문이 열리니 어서 들어 가시요."

 

"과거 날짜가 지난 게 아닙니까?"

 

"걱정 마쇼.. 아직 닷새나 남았으니"

 

한양으로 들어온 박문수는 이광자를 찾아가 과거 준비를 하면서도 그 동자가 읊어준 시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주 훌륭한 시였다..

 

그런데 마지막을 못 들은 게 아쉽구나.."

 

박문수는 시를 외우다가 갑자기 동자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구나..!

 

시의 마지막은 초립동이 동자는 피리를 불으며 돌아가더라.. 이거구나"

 

이윽고 박문수는 과거를 치르게 됐는데..

 

과제글이 낙조(落照)고 운자는 산(刪)자였습니다.

 

"이럴수가... 동자는 남이 아니라고 했다.. 그럼 그 시는.. 나한테 준거란 말인가.."

 

박문수는 실성한 것처럼 시를 적어냈습니다.

 

그날 밤 박문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꿈에서 초립동자가 나타나서 말하기를..

 

"난 사실 저승사자인데..

 

내가 데려가야 할 백정의 혼들이 선비님을 안 도와주면 안 간다며 고집을 부려서 부득히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부디 명 관리가 되길 바랍니다."

 

며칠 뒤, 박문수는 장원 급제를 했습니다.

 

 

출처: www.inven.co.kr/board/tera/2145/2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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